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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껍질을 벗겨내는 일

by 상상이상 Mar 27. 2025

말에는 색깔이 있다

말에는 향기가 있고

감촉이 있다

말은 달리기도 하고

먹고 배설한다


혼란스러운 것은 이것들이

껍질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파아란 껍질 안에

새까만 꿍꿍이가 숨어있기도 하고

분홍의 껍질을 벗기면

새빨간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속살로 알고 붙들고 있던

파란빛 말과

분홍빛 글의

껍질을 벗겨내면

그제서야 비로소

희번덕거리는 속살이 드러난다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무얼 믿어야 하나


매운내가 진동하여

눈물 콧물 쏟고나면

껍질과 속살이 구분되는 날이 온다

얼기설기 뒤엉킨 실타래가

풀리는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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