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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an 06. 2024

56. 보이스피싱 홍보영상 촬영

SNS는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이다. 어떻게 보면 좀 더 확장된 세상이라 볼 수 있다. 전국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니 말이다. SNS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낯선 이들과의 소통을 두려워한다. 또한,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기를 바란다. 어떤 것이든 장·단점이 있다. 장점을 보느냐 단점을 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라진다. 나는 SNS의 장점을 봤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이들을 경험하고 나를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될 수 있으면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고, 글로 공표한 것은 지키려 했다.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게시물로 보던 것과 똑같으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기분이 좋았다.      


경찰 인재개발원에 근무하는 A라는 친구도 페이스북을 통해 만났다. 인재개발원은 경찰관들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교육받으러 갔을 때 그와 안면을 텄고 친해졌다. SNS에서 만나던 이들을 실제로 만나면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갑다. 어느 날 그에게 전화가 왔다. ‘잘 지냈느냐느니’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본론을 꺼냈다. “형, 이번에 충북 시청자 미디어 재단이라는 곳에서 보이스피싱 홍보 동영상 제작 의뢰를 받았어.” “갑자기 형이 생각났어. 형이 사이버범죄 예방 강의하잖아.” “형이 좀 맡아줬으면 좋겠어. 나도 모르는 사람하고 작업하는 것보다 형하고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재미있을 것 같은 프로젝트에 끼워줘서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 

     

영상에 관해 전화로 간단히 의논했다. 주 시청자층이 60대 이상이고 영상 길이는 5분 정도 예상한다고 했다. 평소 강의하던 내용 중 두 개 정도만 넣으면 5분 정도의 분량이 나올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수법 중 무엇을 홍보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최근 60대 이상 피해자가 가장 많은 두 가지를 생각해냈다. 첫 번째는 “엄마 바빠?”로 시작하는 메신저 피싱이고, 두 번째는 “해외 직구 95만 원 결제 완료” 문자 스미싱이다. 주제를 정하니 시나리오 작성은 어렵지 않았다. A4용지 5장 분량의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그 친구에게 보냈다. 곧바로 ‘오케이’사인이 떨어졌고, 촬영 일자를 조율했다.     


‘하루 만에 촬영을 끝내자’라는 무모한 계획을 잡고 새벽 일찍 인재개발원으로 향했다. 복장은 근무복에 넥타이를 착용키로 했다. 오전에는 함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촬영 방향을 설정했다. 두 가지 사례에 목소리 출연 배우가 필요해 옆 사무실 직원 두 명을 급히 수혈했다. 급하게 섭외한 것치곤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해서 놀라우면서 웃음이 났다. 그들의 능청스러움에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웃고 떠드는 사이 4시쯤 모든 촬영이 끝났다. 밤늦게 집에 갈 각오를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 다행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편집. 그것은 녀석의 몫이었다.      


2주 뒤 편집이 완성되었다. 유튜브에 올리기 전 먼저 볼 수 있었다. 내가 나온 영상을 보는 것은 항상 오글거린다. 이번에도 그랬다. 도저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편집이 기가 막히게 되어서 그런지 전문가처럼 나오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사무실 직원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니 ‘오!’ 하는 탄성을 질렀다. 충북 시청자 미디어 재단에 영상을 넘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다행히 상당히 만족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혹시나 ‘후속편을 요청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봤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미디어 재단에서 우리에게 영상제작 후기를 요청했다. 후기를 마무리하며 가슴 뛰는 새로운 경험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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