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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박사 Dec 15. 2024

182. 무인도에 떨어질 때 가져갈 물건

배를 타고 가다가 난파를 당해 무인도에 떨어진다. 배에서 떨어져 나온 물건 중 가족사진, 기타, 휴대폰, 낚시도구, 칼, 파이어스틸 등 50여 가지가 있다. 이 중 20가지를 가지고 갈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내면 대부분 생존도구를 선택한다.


또다시 그들에게 문제가 주어진다. 해적이 들이닥쳐 5개를 내놓으라고 한다. 무엇을 줄 것인가? 또다시 해적이 들이닥쳐 5개를 내놓으라고 한다. 이번엔 무엇을 줄 것인가? 결국 나에게 남은 것은 10가지 물건이다.


20여 명의 사람 중 80%는 10가지 물건 모두 파이어스틸 등 생존에 필요한 도구를 남긴다. 나머지 20%는 가족사진, 연필, 애완동물, 기타와 같은 물건을 남긴다. 이들에게 왜 그것을 남겼는지 물었다. 언젠가 구조될지 모르니 그동안 가족을 생각하며 버티려고, 기록을 남기려고, 외로움을 버티려고. 대부분 이와 비슷한 답을 했다.


그렇다. 우린 극한상황에 처하게 되면 가장 먼저 먹을 것과 잘 수 있는 것 등 생존에 필요한 것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인간은 외로움에 취약한 존재다. 먹고 잘 수 있다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간을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는 배구공에 얼굴을 그리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 가상의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랜다. 결국 그는 윌슨때문에 구출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먹고 잘 수 있다고 해서 긴 시간을 혼자 버티긴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 재난영화를 보면 우리가 어디까지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를 시험한다. 생존도 중요하지만 인간이길 포기하면 그 뒤에 찾아올 불안, 공허, 두려움 등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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