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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빔히 Jun 05. 2024

8년 차 우울증 환자입니다.

20대 초반임에도 지칠 대로 지쳐버린 우울증 환자

이젠 나의 우울이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울증 진단받은 지도 8년 차, 20대 초반임에도 너무 많은 아픔들을 겪어왔다. 아픔을 부정하고 외면하고 싶어도 불쑥 찾아오는 아픔은 죽을 만큼 괴로웠다. 점점 나의 아픔은 마치 이상한 시선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에 그 누구보다 나를 비난하고 혐오하게 되어 자신을 사랑해 주는 방법을 찾지 못해 사랑을 받는 것도 알 수 없었다.

친구들의 사랑, 가족들의 사랑, 어른들의 사랑 모두 의심부터 했던 나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느꼈고 그것은 심한 불안을 일으켜 사회불안장애라는 병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했다.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갖고 죽지 않고 버텨내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따라오는 불안은 우울을 더 깊이 파고드는 원인일 뿐이었다.

이런 고통들의 시작도 알고 싶지 않았는데 치료를 해보겠다고 심리검사를 했던 것뿐인데 경계선 지능이라니. 도대체 나를 얼마나 쪽팔린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건지 세상이 미웠다. 아니 내가 미웠다. 다들 아니라고 말하며 너의 불안이 높아서 결과가 그런 것이다 라며 나를 위로해 주지만 나는 느낀다. 남들과 다른 점이 확연하게 보이니까. 또 남을 의심부터 하고 있는 이것이 나의 문제일까? 내 생각이 틀리기를 바래야 하는 건지 아니면 틀리길 바라는 건지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뭐가 더 먼저일까, 그것은 알 수 없지만 모든 진단들을 어쩌면 원망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왜 나에게 찾아와서 그 어린 나이부터 행복을 찾을 수 없었던 건지, 이젠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껴도 내 자신은 그것을 부정하며 행복하지 않다라고 외치는 것은 아닌지, 언제쯤 나는 행복하다는 감정을 확실하다 느끼며 " 행복해 " 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아프다는 이유로 좋지 못한 행동들도 따라왔고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후회로 돌아왔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울기도 하며 고치려 애를 써도 마치 나의 병처럼 돌이킬 수 없는 사고들은 참으로 비참했다. 모든 행동들은 나의 존재를 망가뜨리고 싶은 이유였다. 이미 망가진 인생이라는 생각에 박혀버린 나는 판단이 어려워질 경우 차라리 불행하면 죽음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의 오류로 나를 계속해서 망쳤고 회피는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나의 병은 의지의 문제인 건지 시간이 흘러가며 변화된 모습을 찾아볼 순 있었으나 아직도 괴로운 이 상황들을 벗어나기엔 한계가 있었다. 배우고 느낀 부분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한없이 부족한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을 수 없었던 원인을 아직도 찾지 못한 나에겐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 드는 나의 문제들, 안 그래도 나약한 내가 달라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제는 내가 극복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 이유는 살아가고 싶으니까. 오랜 시간 아팠으니 그만큼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도 알고 억울해서라도 나의 웃음을 찾아낼 것이다. 무너지고 좌절하는 순간들은 찾아오겠지만 나는 달라지고 싶다. 꼭 이겨낼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 될 순 없어도 올바른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행복하면 내 주변사람들도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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