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 급식에 마라탕 나온대요!”
“선생님, 오늘 급식에 흔들 도시락 나와요!”
우리 반에는 급식 알림 요정들이 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에 내가 처음으로 한 질문이 “얘들아, 우리 학교 급식 맛있니?”였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야, 더 드려! 선생님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드신다고.”라거나, “우와, 선생님은 우주 최강 먹방 대장이에요!”하고 호들갑을 떨 만큼 내가 급식을 많이 먹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이들은 종종 오늘의 점심 메뉴를 일러준다. 저런 아이들이 커서 학창 시절의 나처럼 형광펜을 성심성의껏 그은 식단표를 책상에 고이 붙여 놓는 고등학생이 되겠지.
오늘의 급식은 짜장면이었다. 짜장면이라고 해 봤자 짜장 소스에 우동면처럼 퉁퉁 불어 터진 면발을 비벼 먹는 것이었지만, 아이들은 이게 짜장면이냐 우동면이냐 툴툴거리면서도 입가에 짜장 소스를 잔뜩 묻혀가며 잘 먹었다. 물론 우주 최강 먹방 대장 선생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직 단 한 명만 식판을 앞에 두고 고사를 지내고 있었다.
“현아, 왜 안 먹어? 입맛 없어?”
보다 못한 내가 묻자, 현이는 짜장면 냄새가 이상해서 못 먹겠다고 한다. 현이는 급식을 통 먹지 않는 작고 깡마른 체형의 어린이다. 옆에서 경수가 현이는 맨날 급식 안 먹고 라면만 먹는다고 까불거리며 고자질했다.
“현아, 그래도 세 젓가락만 먹어.”
“아아, 선생님. 냄새가 이상해요.”
“그러면 깐풍기라도 먹어. 너 이따 배고파.”
“맛없어요.”
“그러면 요구르트라도 마셔.”
“이잉.”
이미 다 먹고 운동장으로 뛰쳐나간 아이들의 부재로 한산한 교실에서 현이와 한참을 팽팽하게 대치하던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감칠맛 나는 소리가 고요한 교실에 서라운드로 울려 퍼졌다. 퉁명스레 젓가락으로 짜장면 면발을 세고 있던 현이와 하품을 쩍쩍 해대며 글쓰기 공책에 칭찬 도장을 찍던 나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서로의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이렇게 면치기를….”
현이가 피실 피실 웃으며 말했다. 나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모니터 뒤에서 소리 죽여 키득거렸다. 누구인가? 누가 후루룩 소리를 내었어? 누가 후루룩 소리를 (이렇게나 맛깔나게) 내었냔 말이야! 한 마디 던지고 싶었지만, 행여나 면치기의 주인공이 민망해할까 꾹 삼켜냈다.
그렇게 미제 사건으로 넘어가려던 찰나, 제 발 저렸던 도둑은 벌게진 얼굴로 순순히 이실직고했다. 범인은 동동이었다.
“아, 아니 이게 잘 안 돼서….”
혼자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던 동동이에게 현이는 ‘그럴 수도 있지’ 스킬을 시전 했고, 나는 “뭐 어때.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하고 씩 웃어주었다. 아무래도 우주 최강 먹방 대장 자리를 넘겨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글에 등장하는 모든 학생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작년에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 왜인지 그날의 한산한 교실,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 저와 눈이 마주치고 웃음을 터뜨리던 현이의 눈이 떠올라요. 여러분도 기억 한편에 간직하고 있는 학창 시절의 몽글몽글한 추억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