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민 Jan 19. 2024

S에게

240113

 잘 지냈나요? 그랬길 바라고, 믿어요. 그런 사람이었던 기억이 있고, 제법 뚜렷하게 남아있는 부분 중 하나예요. 당신의 뛰어난 장점 중 하나였으니까요. 당신의 이 부분은 내 삶을 크게 바꾸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첫 문장을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감이 여전히 오지 않아요. 여러 문장이 떠올랐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신에 찬 느낌이 오는 문장을 쓸 수 없고, 지우고 다시 써봐도 역시나 그래요. 우리는 그랬어요. 대체로 명징했던 당신에 비하면, 나는 대체로 흘러가는 느낌이었죠.


 영국에서 보내던 초창기는 적응의 기간이었어요. 흐름을 타고 실려 온 내가 자리를 잡기 위한 과정은 제법 힘겨웠고, 당신이 있어서 그 과정의 부담이 덜했어요. 나는 그걸 알고 있음에도 당신을 보챘고, 당신은 계속해서 나의 무게를 덜어주었죠.


 여전히 나는 제멋대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 혼자 마무리하고, 나 혼자 귀와 입을 막았네요. 시간이 지나 좀 괜찮아졌다는 스스로 위로하며 그걸 다시 열고,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네요.


덕분에 나는 제법 잘 지내고 있고,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나에 대해서 좋게 생각해 달라, 다시 만나고 싶다. 이런 의도를 가지고 쓰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다만, 나는 이제야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유약한 사람일 뿐이에요.


우리의 마무리 단계에서 내가 예의가 없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미안하다는 말을 늦게나마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나는 내 중심적인 이야기만 하는 안하무인이네요.


 한국은 상당히 춥다고 들었어요. 추위를 잘 타던 게 기억이 나요. 모쪼록 건강 조심하고. 하는 일들 모두 잘 되길 바라요. 기회가 되면 언제 한번 볼 수 있길 바라요. 고마웠어요. 행복하길 바랄게요. 미안했어요.

작가의 이전글 올해는 어떤 해가 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