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念(잡념)
오늘은 뭘 먹을까?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 되면 사뭇 진지한 고민을 한다.
다양한 콘텐츠에서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 고민에 대한 소재를 다루며 공감을 얻는다.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 혹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누구나 하는 고민이겠지만, 유독 직장인들의 메뉴 선정을 다룬 콘텐츠들이 많은 공감과 웃음을 유발하는 소재가 되는 이유는 뭘까?
점심에 무엇을 먹을 것인지가 직장인들에게 생각보다 중요한 의사결정이라는 얘기인데, 그 이유가 나는 점심 메뉴 선정을 통해 직장인들이 잠시나마 주체성을 회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근무시간 동안 직장인이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들은 많지 않다.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직원들은 하나의 부품이 되어 전체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확실한 상하 조직체계가 있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많은 승인(결재) 라인을 타야만 한다. 출퇴근 시간이나 업무영역마저도 회사가 제시한 선택지 내에서 결정해야만 한다.
반면, 점심시간은 통제받는 업무시간에서 벗어나 나의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점심 메뉴를 선택하며 직장인들은 주체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내가 먹고 싶은 메뉴에 가고 싶은 식당을 고민하는 데 열성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마저도 우리 힘없는 직장인들은 상사의 취향에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상사는 팀원들에게 '오늘 뭐 먹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결국 상사의 마음속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다. 열심히 고민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점심 메뉴를 제안해도 결국 상사가 정해둔 곳으로 가게 된다. '아니, 이럴 거면 애초에 왜 물어본담?'
그렇기 때문에 우리 직장인들에게 점심 메뉴만큼은 상사의 외압에, 팀원의 변덕에 맞서 싸워 지켜야 할 성역일 수도 있다. 우리가 열심히 고민하여 내린 메뉴에 '김대리가 얘기한 중식당은 별로인데 오늘 돼지국밥 먹는 것은 어떤가?'라고 말한다면, '그럼 팀장님 죄송하지만 저는 따로 점심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라고 쿨하게 말하고 따로 먹는 담대함을 키우자. 단순한 점심 한 끼가 아니라, 우리의 주체성을 회복할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우린 양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