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소 Jul 20. 2024

아이 C원해~

정신과 입원은 처음이라(여섯 번째 이야기)

샤워 시간이 하루 세 번 정해져 있었다. 샤워기는 아예 없었고 뭔가 누르면 천정에서 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전날 정신없었던 입원 수속으로 다음날 오전에 샤워를 하러 갔다. 뭘 눌러야 물이 나오는지 몰라 잠시 헤매다 스위치를 찾아 눌러봤더니 천정에서 물이 쏟아졌다. 물이 떨어지는 공간은 6군데였으나 뜨거운 물, 중간 물, 차가운 물로 각각 다른 온도의 물이 쏟아져 동시에 6명은 샤워가 힘들 듯했다. 


여자 병실엔 나 포함 세 명이었다. 전날 샤워를 못했기에 오전 시간대에 샤워를 하러 왔는데 잠시 후 서울대 약대 그녀가 샤워실에 들어왔다. 너덜너덜 해진 마음을 안고 입원했기에 대중목욕탕도 아닌 곳에서 내 몸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몸도 보고 싶지 않았다.


아차 싶었으나 이미 나는 옷을 다 벗은 상태였고 어제 입원 시 흘린 땀을 아직 하수구로 보내버리지 못하여 찝찝했다. 또 한 번 몇 천 원짜리 내 샴푸에 관심을 보인 그녀는 두 개의 천정 샤워기 물을 동시에 틀어놓고 바닥에 앉아서 씻기 시작했다. 다 씻고 얼른 나가려고 했다. 왠지 골치 아플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작동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새댁, 서로 등 밀어주는 거 어때요?”     


내 몸 하나 가눌 힘도 없고, 내 몸 씻는 것도 겨우겨우 해냈는데... 거절하고 나가면 되는데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되자 순간적으로 거부하지 못했다. 나에게 종이컵을 챙겨준 은혜에 보답해야 할 것 같았다. 어느새 나는 그녀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아이 시원해~” 

    

그녀는 “아이 시원해~”를 연발하며 등 밀어준 것을 시원해하였다. 나도 등을 밀고 싶었지만, 또 은혜를 갚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자격지심에 그녀에게 밀고 싶지 않았다. 이미 목욕이 끝난 나의 등을 밀어주겠다는 그녀의 말에 "괜찮아요, 괜찮아요."라며 도움을 거절하고 샤워실을 먼저 나왔다.     


‘다음부턴 약대 할머니와 다른 시간에 목욕해야지.’


<다섯 번째 날>

그냥 심심하게 보냈죠.

잠은 그런대로... 집에서는 더 자고 싶어도 못 잤는데 아침은 거의 대부분 자면서 보낸 거 같아요.

점심 지나서도 한 시간 정도 잠이 오고 책 읽으면서 보내긴 하는데 지루하긴 하죠.

숨찬 건 좀 좋아졌어요.(중략) 하루에 대중없이 숨이 턱턱 막혀요. 숨을 쉬고 싶어도 다 안 쉬어졌고 지금은... 그래도 3점 정도? (중략) 지금은 숨이 턱턱 막히거나 그런 게 아니라 쉬어지니까 이 정도면 살아갈 수 있겠다 싶어요.

작가의 이전글 명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