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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Jan 21. 2024

붐과 함께 치앙라이로 출발

두리안과 된장

현재는 과거로부터 시작   


이유 없이 불안하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 때면 뜬금없이 잊어버렸던 과거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은 어떠했냐고 물어보는 의사에게 꼭 말해야 하나요 했더니 무심한 얼굴로 그 시절을 알면 현재의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다한다.    


그렇게 지난 과거는 현재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로 다시 나타난다면 아찔하기도 하지만 붐을 만나러 치앙라이까지 올 수 있게 한 그 과거는 좋은 시절이었다.    



20년 전 캘리포니아


대학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으나 영어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외국학생들도 영어 잘하는구나하며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중 눈이 반짝거리며 까만 한 여자가 말을 걸어와 어색한 대화를 하고 헤어졌는데 아파트에서 다시 만났다. 그녀가 붐이다.


비슷한 나이였고 다시 만난 어느 날 타이 유학생들과 여러 명이 같이 살아서 힘들다며 거실에 살아도 좋으니 같이 지내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러자고 했고 붐과 나는 그렇게 룸메이트가 되었다.


문화가 달라 서로 힘들었지만 우린 말로 싸우지 못해서인지 그런대로 잘 지내다 졸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두리안과 된장

어느 날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이상한 냄새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그녀가 말하기를 맛있는 과일인데 냄새가 나서 랩에 싸놨고 미국 친구를 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조금 빨리 가져갈 수 없냐고 했더니 너도 비슷한 냄새나는 음식이 “Always” 있다고, “What?”

 “soybean paste”  “..............”      



희한한 인연, 앨리스 킴과 붐


유학 생활 중 앨리스 킴이 미국에 방문하여 원 베드에 3명의 여자가 몇 달 동안 같이 지내게 되었다.

앨리스 킴은 타이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붐이 돌아올 때까지 잠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문을 열어주며 등을 쓰다듬어 주거나 안아 주었다. LA갈비라도 구운 날은 꼭 남겨놓고 그녀를 더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귀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해 붐에게 앨리스 킴을 부탁하고 한국에 왔다 갔다.    

돌아와 보니 스케치북에 붐이 산과 불을, 학교나 태국 식당을 그려놓기도 했다. 그 무렵 캘리포니아에 큰 불이 나서 뉴스에 방송되기도 했던 것 같다. 십여 일을 두 여자가 한 집에서 밥 먹고 자면서 잘 지내고 있었다.



다시 만난 우리     


캘리포니아를 떠난 후 우리는 십여 년 만에 페이스 북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고 다시 새롭게 얽히기 시작하여 한국 드라마에 빠진 붐이 지난 가을 우리나라에 왔다. 그녀는 이미 앨리스 킴이 토끼 굴에 빠진 것도 알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우리 집에 머물며 여행도 하고 다시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했다.


어디서 만났는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그녀의 먼 과거 기억으로 매일 새롭게 반가워하는 앨리스 킴과 K-드라마로 배운 몇 가지 한국어로 그 옛날처럼 “어망”하며 같이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희한 안 인연이다 싶었다.


붐의 여행 리스트 중 하나가 앨리스 킴과 하루 보내는 것이라는 말에 거절할 수 없어  고민하다 리샤를 꼬셔서 같이 한강 나들이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보다 잘 보낸 하루였다는 리샤의 평가에 그냥 웃었다.  



치앙마이 공항에서 치앙라이로


치앙마이 공항도착, 리샤그림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리샤와 나는 “덜렁이와 칠칠이”답게 허둥지둥하면서 네 개의 캐리어와 백팩과 작은 가방들을 이고 지고 출구로 나왔다. 붐이 언제나처럼 듬직한 미소로 우리를 반긴다.    

어색해하는 리샤와 쉼 없이 이거 저거 이야기하는 붐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더운 밤공기를 마시며 치앙마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계약장소로 출발했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가는 길은 중간에 잠깐 휴식을 포함하면 3 ~ 4시간 정도 걸렸다. 관광객들은 주로 그린버스를 타고 간다고 한다.           

중간, 중간에 마을과 한 무리의 오토바이가 나타나거나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 한두 명의 사람들도 마주친다. 치앙라이가 가까울수록 등선이 완만한 산들이 자주 스친다. 붐이 제주도 시골길을 다닐 때 치앙라이와 비슷하다 했듯이 이곳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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