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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Jan 21. 2024

한 달 살기는 여행이 아니라 삶

라이스쿠커와 플라워페스티벌


라이스쿠커와 전기팬으로 요리

치앙라이 도착 전에 본 사진처럼 콘도는 깨끗하고 괜찮았으나, 주방에 들어서니 스토브, 인덕션 또는 가스레인지라고 불리는 화로가 없다. 치앙마이 지두방에서 잔뜩 사 온 쌀, 김치, 만두, 돈가스, 어묵, 참치, 각종 라면은 어디에서 요리를 해야 하나 망막함이 몰려왔다.


짐을 풀 새도 없이 붐 집에 가서 몇 가지 요리도구와 이불을 받아와 보니 리샤는 캐리어들 사이 소파에 앉아 몽*을 까먹고 있고 집 안은 딱 오늘 이사 온 집 형상이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던 미국 유학 갔을 때 기분이 들면서 이 선택이 옳았나 싶어졌다.      


그나저나 이 도구로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까 했지만 아직 어린 리샤가 혹시나 아플까 싶은 생각에 처음 삼 일간 각 종 한식을 해치웠다. 주방이라고 말하기도 어색한 좁은 주방에서 이거 저거 하다가 접시를 깨트린 날은 스스로 한심함에 짜증이 확 몰려오기도 했다.      


처음 삼 일간 라이스쿠커와 전기팬으로 만든 한식  

 밥, 떡국, 미역국, 참치 김치찌개, 계란 프라이, 계란말이, 삶은 계란, 멸치볶음


김치는 못 참지, 집에서 가져온 생존 음식

 알타리 김치, 갓김치, 콩장, 진미오징어채


붐에게 추가로 받은 하이라이트와 센트럴 플라자에서 산 테팔 프라이팬을 사고 나서는 한식의 종류는 급격히 늘어갔다. 된장찌개, 오이볶음, 소시지볶음, 감자볶음, 계란말이,  떡볶이, 김치전 등등.


그러나, 조기구이, 주꾸미볶음, 아귀찜이 먹고 싶다는 리샤!!!  

조기 먹고 싶어, 리샤 그림

   

때때로 여행, 20주년 플라워 페스티벌


올해 따라 서울은 눈이  많이 오는 것 같은데 이곳은 꽃들이 만개한 봄이다. 붐이 도착하자마자 데려간 플라워 페스티벌(표지 참조)은 다양한 꽃들이 만개해 있었고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12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 치앙라이, 치앙마이를 오면 플라워 페스티벌 같은 꽃과 관련된 행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꽃들 사이사이에 있는 마네킹들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래도 조화롭게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해 보여 제법 어울리기도 했다.

     

어색함에서 익숙함으로 다시 오리무중


처음은 언제나 쉽지 않아 답답하기 그지없으나 시간이 가면 많은 것들이 해결되어 가거나 반대로 우리 스스로 무던해지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물건도 정리되어 갔고 콘도에서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밖에 나가 있으면 집에 가고 싶어졌다. 콘도로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를 외치며 그냥 뒹굴었다.    


그러다가도 문득 우린 왜 이렇게 작은 집과 침대는 하나밖에 없어서 한 명은 바닥에 자야 되는 불편하고 고생스러운 타국 생활을 하기로 계약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리샤가 가끔씩 내비치는 심심해 하거나 코리안 하우스를 외칠 때면 날씨도 좋고 여행도 다니니 좋지 않아라고 방향을 애써 돌렸지만 비슷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늘 피곤했다


우리 이렇게 한 달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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