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금]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약사님과 부녀지간처럼 지내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눈이 마주치면 항상 웃어주시지요. 약국에 들르는 시간이 오후일 때가 많아 오전에 근무하는 저와는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얼마 전 오랜만에 뵈었습니다. 제가 반가우셨는지 빵 사 먹으라고 만 원짜리를 건네셨습니다. 약국 옆에 제과점이 있거든요^^;
어르신과 같이 먹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동그란 찹쌀 도넛을 골랐는데, 조그만 종이 사각 접시 안에 다섯 개의 도넛이 들어있었어요. 다른 손님이 없어서 눈치 볼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일터잖아요. 어르신 드실 때 저도 옆에서 하나 먹고는 다시 포장했던 비닐을 씌워뒀습니다. 그리고 퇴근길에 챙겨 나왔지요.
퇴근길, 룰루랄라 즐겁게 아무도 없는 길을 걷고 있는데 저만치 새가 보였습니다. 비둘기 같았어요. 길가 말라비틀어진 풀숲에서 열심히 부리를 쪼아댔습니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도 모르더라고요.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금씩 옆으로 간격을 넓히며 살금살금 걸었습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요.
순간 고민이 됐습니다. ‘비둘기에게 먹이 주기 금지’ 이런 현수막 다들 한 번쯤은 보셨죠? 그래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마음 약해지지 않겠다고 가방을 그러쥐었는데 바스락, 비닐 소리가 났습니다. 네, 맞아요. 가방 속에 있는 도넛이 떠올랐어요.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 어딘가에 CCTV가 있었는데… 두리번거리기도 했습니다.
비둘기가 아닐지도 몰라, 그리고 한 마리뿐이잖아…
갖가지 핑계를 대다가 결국 걸음을 돌렸습니다. 도넛 하나를 꺼내 풀숲 바로 옆 보도블록 위에 놓아주고는 시선을 새에게 둔 채 뒷걸음질 치며 걸었습니다. 근데 이 녀석이 글쎄 도넛과 점점 멀어지는 거예요. 지켜보다 너무 답답해서 도넛을 풀숲 위로 옮겨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돌아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궁금해서 돌아봤는데 여전히 비둘기는 주변만 맴돌더라고요. 아침 출근길에 꼭 확인해야지, 하고 다짐하면서 다시 가서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그 녀석은 과연 도넛을 먹었을까요? 그랬다고 믿고 싶습니다. 다음 날 눈을 씻고 찾아봤는데 도넛이 보이질 않았거든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된다지만, 비둘기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날이 너무 추웠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오늘의 오프닝은 여러분께 털어놓는 고해성사입니다. 그 작은 도넛 하나가 추운 날 그 녀석에게 작은 온기가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