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의 승부 & 패배한 다음 인간의 삶 (2/3)

by 여기현

2. 정성적 분야의 미래 : 인간에 의한 작업이라는 의미부여로서 치열하게 진행되는 AI와의 승부


이것을 <정성적으로 추월당한 분야의 미래>라고 쓰지 않은 것은, 추월당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정성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가장 특징적인 현상은, 정량적 영역의 미래와 다르게 인간이 여전히 기계와 승부를 벌인다는 점이다. 인간이 기계보다 더 높은 벨류를 생산할 수도 있다! (고 강조하는 이유는 아니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인간은 시간으로 측량되는 백 미터 달리기를 로봇에게 지지만 인간이 그린 그림이나 인간 웨이트리스의 서비스는 로봇에게 이기거나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지만 않는 게 아니다. 이기지도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것은 싸구려 카메라로 찍은 아기 고양이의 애교 영상이 전문 촬영팀이 큰 예산을 들여 찍은 영상보다도 큰 사랑을 받는 경우가 많다든지, 자판기로 하는 주문이 더 편리해도 분식집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주문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역량과 무관하게 인간 관광 가이드를 고용하는 비용이 로봇 가이드보다 두 배 높을 수 있다. (물론 여러 이유로 반대의 프라이싱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비정량적 가치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건 투박하지만, 객관적으로는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지만 나에게는 최고인 외할머니가 차려준 밥상 같은 느낌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존재들(인간들 + 인간이 아닌 존재들) 기준으로는, 그리고 객관적인 기준으로는 기계가 한 작업이 더 좋을 확률이 꽤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정성적 영역에 해당하는 것을 정량적인 것이라고 착각하여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스위스의 시계 장인이 만든 시계가 기계가 깎아 만든 시계보다 더 정교하며, 기계가 그 미세함을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을 흔히들 하는데, 솔직히 잘 믿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견해가 우리 인간을 좀 더 의미 있는 존재인 것처럼 느끼게 해 주고, 마찬가지로 수공예 작업으로 생산되는 그들의 제품을 좀 더 비싸고 특별하게 포장할 수 있기에 등장한 말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 기계 공학이 만만치 않은 분야인 것은 맞지만, 우리는 나노 단위의 제조 공정을 다루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마도 그 수준의 정교함을 제품 공정에 적용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나, 많지 않은 생산량을 그런 모듈을 설계하여 생산하는 것이 비용대비 수익성이 낮아 그냥 손으로 하는 것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러면서 대량생산에 적용할 수 있는 정도 레벨의 기계 정밀도에 비해 사람의 손이 더 정교하다는 해석을 인간 장인의 신비로운 역량으로 포장하는 것 아닐까?


아시아의 도장에 대해서도 기계가 도장을 팔 수 있게 된 것이 이미 수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사람 손으로 판 도장을 높게 친다. 장인은 그 가치를 논함에 있어서 손으로 깎은 도장의 정교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핵심은 이 도장이 갖는 정성적인 측면이다. (물론 장인 입장에서는 퀄리티보다는 제가 깎은 도장이라 특별한 것이죠라고 말하기 뻘쭘했을 수 있다) 도장의 정량적 퀄리티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스위스 시계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본다. 정교함은 인간이 기계를 상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사실이다.


사진이라는 기술이 나와서 존재를 있는 그대로 종이 위에 담아낼 수 있게 되었음에도, 그림은 현상을 화가의 해석을 거쳐 재생산한 예술로서 여전히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해석과 재창조라는 것을 인간만 할 수 있다는 것조차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심지어 개인화된 취향이나 추억등의 주제들마저도 데이터에 기반한 AI가 우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우리는 거기에서 가치를 느끼며 살고 있다. 단순히 인간이 하는 것이라 더 가치 있다는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참 산 너머 산이다. 정성적 분야들도 계속해서 패배해 나가는 패턴이 예상된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패배는 대부분 절치부심해도 다시는 뒤집기 어려운 거의 영원한 패배이다.




3. 교체까지의 과정으로서 강제당하는 AI 동료와의 협업 : 우리가 맞닥뜨릴 혼돈과 반복해서 틀리는 예측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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