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삶으로 믿음을, 감사하는 법을 가르쳐준 두 사람

by 천소희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 교역자로 살아간다는 건,

자녀보다는 성도님들과 교회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삶이었기에

나는 아버지와 놀았던 기억조차 남아 있지 않다.


선교 훈련을 받던 시절에도,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맡겨져

몇 달을 떨어져 지냈다.


그럼에도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던 건,

아마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사랑 덕분이었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기억은 많지 않았지만,

캄보디아에 가서부터는

언제나 부모님과 함께였고

옆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바탐방에서 살기 시작한 후부터.


새벽기도를 마친 아침이면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분명 가난했고,

매일이 부족했지만—

내 마음은 늘 풍성했다.


아마 그건,

부모님 덕분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돈이 없어 반찬을 살 수 없었던 어머니는

삼 남매를 둘러앉히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얘들아, 콩나물 비빔밥 좋아하지?

근데 진짜 맛은 어디서 나는 줄 알아?”


“몰라요!”


“간장이지!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간장밥을 먹을 거야.”


“우와~!”


나는 참 순수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부모님 마음에 거짓이 없었기에

우리도 진심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또한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갈 때마다

아버지는 감탄하듯 말씀하셨다.


“이야~ 우리는 맨날 동남아 여행이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매일 학원 가느라 바쁜데,

너희는 숙제도 없고, 집에서 놀고, 여행하고.

얼마나 좋냐!”


나는 그 말도

그대로 믿고 같이 감탄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배웠다.


모든 상황 속에서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법을.


_____


어머니는

늘 삶으로 가르치셨다.


“말로 해봐야 사람 안 변해.”


집에서 일했던 헬퍼 꾼티어 언니,

학사에 거주하던 요한 오빠와 수많은 현지 청년들—

모두 예수님을 이제 막 알게 된 이들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우리가 살아내야 해.

우리가 먼저 복음이 되어야 해.”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에 쌀이 떨어져 가는 걸 본 꾼티어 언니가 속으로 걱정했다.


‘목사님 댁은 이제 쌀이 한 그릇 남았네.

어떡하지? 그래도 하나님이 채워주시겠지?

그보다 우리 집 쌀도 떨어졌는데…’


그날,

어떤 권사님께서 쌀 50kg를 들고 찾아왔다.


어머니는 꾼티어 언니의 사정을 모른 채,

기꺼이 그중 20kg을 내어주었다.


그 후 꾼티어 언니가 레악사 언니에게 간증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우리 집에 쌀이 떨어져 고민했는데,

하나님이 목사님 댁도 채워주시고,

저희 집에도 쌀을 주셨어요.

목사님 댁은 하나님이 채워주실 거라 믿었는데,

우리까지 채워주실 줄은 몰랐어요. “


“하나님은 살아계세요! “


_____


부모님께서는

무조건 많이 퍼준다고

복음이 전해지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다만,

우리가 아무것도 없을 때 직접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을 먼저 살아야 되고,

우리가 살아내는 모습을 통해

고난 가운데 힘이 되시는

하나님을 직접 만나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부모님께서는

삶의 모든 순간,

하나님의 마음을 묻고

용서와 사랑을 선택하는 법을

몸소 보여주셨다.


_____


나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시간 동안

부모님 곁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이 무너질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아이들 학교를 안 보낸다고

‘정신 나간 선교사’라는 말을 들었어도,

부모님은 하나님께 온전히 기쁨으로 순종하셨다.


그 순종으로 인해 우리는

세상의 어떤 배움보다 더 크고 깊은 것을 배웠다.


부모님의 신뢰와 기쁨의 순종 덕분에

우리는 학교 대신 집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삶의 모든 일 가운데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가장 위대한 가르침을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그렇게 우리는,

예수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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