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은사님(2)
명절 인사를 돌리다가 생각난 나의 두 번째 썰!
오늘은 전부 나의 고3 시기야
알지?
대한민국에서 고3은 가장 힘든 시기인거?
그로인해 많이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나
바로 소개할게
세 번째 나의 은사님!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야
과목은 영어셨고 엄청 무서운 선생님 이셨지
대신 한 가지는 명확했어
'할 걸 하는 학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너무 좋지!
학생이 해야할 것만 한다면
뭐든 건드리지 않았어
근데 이걸 본의아니게 악용을 한게 나였어
매 수업마다 문제를 분석해오라는 숙제를 내주시거든
그러고 그 수업에 가장 집중 못하는 학생을 시켜서
앞에서 그 문제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수업하셨어
하지만 내 영어 참고서는 항상 비어있었고
툭하면 꿈뻑꿈뻑 졸고 있으니까
선생님은 나를 자주 고르곤 하셨지
나같아도 그럴거같아
나는 형이 학창시절때 썼던 참고서로 공부를 했거든
거의 답을 외우는 정도로 공부를 했었는데
봤던 문제들이 많아서 풀 수 있었어
그걸 보고 선생님은 항상 신기하다고 하셨었어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영어 성적이 안나오는 나에게
먼저 상담 하자고 불러주셨고
문제푸는 걸 보면 잘 푸는데
왜 점수가 안나오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형이 쓰던 문제집을 보고 공부를 해서
거의 외우다시피 해버리는 탓에
시험에서 푸는 게 어려운 것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처음으로 한 소리 하셨어
"잘도 요리조리 피해갔었네 이 녀석아~"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따로 교사용 참고서를 챙겨주시더라고
외우지말고 설명 적혀 있으니
이걸로 공부하라 해주셨지
덕분에 특출나게 잘하진 못했지만
상위에 들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었어
그 외에도 사석에서 가장 많이 마주쳤었는데
만날 때마다 나의 부모님에게
"말썽은 부려도 워낙 지는 것도 싫어하고
공부에 욕심있는 친구라 곧 잘합니다"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뿌듯했던 기억도나
웃겼던 에피소드도 있는데
졸업식 날에 나를 조용히 부르시는거야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너 같이 공부안해놓고 대학 잘간 애 없다
나중에 이렇게 공부해도 대학간다고 하지마"
이러시면서 막 웃으시더라구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이라는 느낌보단
동네 형같은 느낌으로 이뻐해주셨던 것 같아
나의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편하게 위로해주셨던
나의 세 번째 은사님이셔
이제 마지막 은사님이신데
이 분은 학교 선생님이 아닌 과외 선생님이셔
나는 학원을 많이 안다녔었거든
어머니가 선생님이기도 하셨고
형이 공부를 잘해서 형한테 물어보면 됐었어서
근데 고3이 되니까 물어볼 사람도 없고
문제도 너무 어려워서 포기할까 고민할 때
형의 추천으로 과외를 다니기 시작했어
친 형을 가르쳐주셨던 수학 과외 선생님이셨는데
일반적인 선생님들과 결이 다른거야
중학교 때 다녔던 수학학원에서는
"아직도 못풀었어?"
하면서 뭐라했었거든
근데 이분도 그 말을 하시는거야
"아직도 못풀었어?"
당황해서 바로 빨리 풀어보겠다고 말했지
"어 금방 풀어볼게요 죄송합니다~"
그랬더니 그 선생님께서는
"아냐 괜찮아, 어디서 막혔어? 어떻게 못풀었어?"
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이게 무슨 말이지...? 했어
알고보니 문제에 집중을 하다가 풀어진 시점과
어떻게 풀기를 시도했는지를 묻는 거더라고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더니
선생님이, 무려 선생님께서
"어? 그 방법으로도 풀 수 있겠다
잠시만 쌤도 그렇게 풀어볼게"
이렇게 말씀 해주시는거야
너무 놀랄 수 밖에 없었어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방법이었기에
내가 시도한 방법이 맞는 방법이면
그 방법으로 쭉 설명해주셨어
답지에 나와있는 설명과 달라도
내 방법이 맞으면 맞다고 해주셨어
이렇게 풀기 시작하니
너무 재밌는거야 수학이
이론을 배울 때도 연습문제부터 풀던 과거와 달리
왜 이 이론이 되는지 그 과정을 공부했어
증명한다고 수학에서 표현하는 거, 그 방법
나한테 얼마든 과외 시간 안에서는
한 문제밖에 못풀어도
그 한 문제를 완벽하게 풀 수 있게 만들어주셨고
내가 수학문제에 고민할 때에는 아무 말도 않으시고
집중력을 다써서 멍때리는 시간을
기가막히게 눈치채시고 알려주시곤 하셨어
가장 좋았던 것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
답지와 다르게 풀이를 제시한 나에게
맞네! 넌 천재야! 라고 해주시면서
그 방법으로 같이 풀어보자고 해주셨어
그 분을 만나고 수학 성적이 날로 좋아졌지
수학 자체가 너무 재밌었으니까
결국 내가 수학을 좋아하게 된 것 뿐만아니라
생각하는걸 즐기게 만들어주셨던 분인 것 같아
나는 집중이 잘 안될 때면
수학문제를 풀곤하는데
이 습관이 아마 수학을 재밌게 배울 수 있었던
그 때 선생님에게서 배운 습관이지 않을까 싶어
아직도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집중 방법이지
이렇게 각 분야에서
정말 좋은 인생의 선배님이자
나의 은사님들을 뵙게 된 후로
내 인생이 점점 안정화될 수 있었던 것 같아
명절 인사를 드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옛 생각이 나서 재밌는 일화들을 적어볼 수도 있었네
추가로 말하자면
네 분중 세 분께서 "요즘은 안 까부냐?"이러시더라고
나 많이 까불면서 다녔었나봐ㅋㅋ
만약 이 글을 은사님들이 보게 된다면
좋은 은사님들 덕분에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매년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계셔주세요
매년 놀림 받으러 가겠습니다!사랑합니다
+ 단지 시작하는 것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