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사 이스케이프 글램핑
첫째 아이는 말레이시아에서 MCO (이동 제한 조치)로 인해 집에서만 지내게 되자 한동안 캠핑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핑 장비도 없고, 두 아이를 데리고 야외에서 밤을 보내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대신 자연을 즐기면서도 호텔급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글램핑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티아라사 이스케이프(Tiarasa Escapes). 인디언 스타일의 럭셔리 텐트, 미니 골프장, 배드민턴 코트, 트램펄린, 그리고 계곡에서 즐길 수 있는 낚시까지! 아이들에게 딱 맞는 곳이었다.
예약을 마치고 나서야 이곳이 우리가 사는 셀랑고르(Selangor) 주가 아닌 파항(Pahang) 주에 위치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시 MCO(이동 제한 조치)가 있어 주 경계를 넘을 수 없을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리조트에 문의해 보니, 새로운 이동 규정이 곧 발표될 예정이니 기다려 보라고 했다. 다행히 여행이 허용되었고, 우리는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너무나 예쁜 수영장에 한눈에 이 리조트에 반했다. 혹시나 해서 간식과 과일을 한가득 챙겨 갔지만, 리조트의 레스토랑에서 모든 음식이 제공되었다. 짐을 많이 챙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자연 속에서 누리는 완벽한 럭셔리였다. 특히 2단 구조의 수영장은 자연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바나도 있어 더욱 편안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미끄럼틀처럼 연결된 2층 구조의 풀장이 신기했던 아이들은 순식간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위쪽 수영장에서 놀던 우리 아이들이 슬라이드가 되는 언덕을 타고 아래쪽의 수영장으로 내려가려 했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내려가려는 순간, 한 현지 아이가 갑자기 등을 밀었다. 당황한 둘째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첫째가 재빨리 동생을 감싸 보호했다. 나는 급히 다가가 조심하라고 이야기했고, 상대 부모도 아이의 행동을 사과하며 아이에게 이야기했지만 언어가 달라 소통이 잘 되지는 않았다.
이후 둘째 아이는 언덕을 미끄럼틀처럼 타는 것을 포기하고, 아래쪽 수영장에서 놀겠다고 했다. 동생을 걱정한 첫째도 아래쪽에서 함께 튜브를 타고 놀았다. 나는 카바나에서 아이들과 자연의 사진을 찍으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수영을 마친 후에는 리조트 옆의 계곡으로 향했다. 물이 예상보다 차가웠지만, 아이들은 신이 나서 첨벙첨벙 뛰어놀았다. 계곡 옆에 준비되어 있는 작은 그물망으로 물고기를 잡아보려 했지만, 결과는 실패! 그래도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계곡옆의 나무에 해먹이 매달려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 위에서 한참을 깔깔거리며 해먹의 흔들림을 즐겼다.
그다음은 미니 골프장으로 향했다. 처음엔 공이 홀컵에 들어가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경쟁이 아니라 가족끼리의 놀이였기에 부담 없이 즐겼다. 이후 트램펄린에서 한바탕 뛰어놀고, 양궁 체험까지 하며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저녁에는 예약해 둔 바비큐 디너를 즐겼다. 직원들이 직접 구워주어 우리는 편하게 먹기만 하면 됐다. 닭고기, 양고기, 소고기, 옥수수, 야채로 이루어진 바비큐 구이는 아이들과 먹기에 양이 너무 많았다. A la carte 도 있어 바비큐를 주문하지 않고 다른 메뉴를 시킬 수도 있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본화이어(Bonfire) 시간이 다가왔다. 저녁에 살짝 비가 내려 걱정했지만, 본화이어가 시작될 무렵 비가 멈춰 다행이었다. 리조트에서는 마시멜로와 쿠키를 제공해 아이들과 함께 스모어(S’mores)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마시멜로를 꼬지에 꽂아 굽는데 요령이 필요했다. 불에 너무 가까이 넣으면 타고, 그을음이 많이 묻었다. 너무 멀리 두면 구워지지가 않았다. 첫째 아이가 몇 번을 해보더니 마시멜로 굽는 전문가가 되었다.
그 후 무비 나이트(Movie Night)가 열렸다. 인디언 텐트 한 곳이 야외극장처럼 꾸며졌고, 팝콘과 음료까지 제공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던 탓인지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졸리다며 방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은 잠이 들었다. 반면 나는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에게는 이 자연의 소리가 최고의 자장가였나 보다.
다음 날 아침, 우리를 맞이한 건 푸짐한 조식 뷔페였다. 나시르막, 신선한 과일, 토스트, 주스까지! 우리는 계곡 옆에서 피크닉을 하듯 여유롭게 아침을 즐겼다. 이후 리조트 곳곳을 산책하며 마지막까지 자연을 만끽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단 하루밖에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을 경험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의 힐링과 럭셔리한 휴식이 공존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다시 방문하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던 글램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