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편 #2
"교환학생은 세 번째라서"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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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에서 온 메일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도
캐나다에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자가격리 시에는 방과 화장실을
단독으로 쓸 수 있어야 하고,
에어비앤비는 안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선택지가 호텔 정도밖에 없을 텐데,
호텔은 값이 너무 비쌌다.
백신을 맞은 나는 우선 자가격리는 면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제발 무사히 갈 수만 있게 해 주세요...'
드디어 출국 날이 왔다.
공항으로 가는 내내
챙겨야 할 서류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짐 리스트도 다시 체크했다.
인천공항 앞의 여행자 동상이 보이는 순간,
드디어 캐나다에 가긴 가는구나 싶었다.
그동안 캐나다 출국 과정에서
마주했던 시련들 때문에
떠난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으로 다가와,
앞으로 오는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스스로를 과신한 건지,
이 이후로 내게 오는 시련이
앞에서 마주했던 백신 관련 이슈보다 훨씬 크게,
그리고 많이 닥쳤다.
입국 수속을 모두 마치고
보안 검색대로 들어가던 순간.
아무리 생각해도 가방에
금속 물체를 넣은 게 없는데
삐-삐- 경고음이 울리는 게 아닌가!!
보안 검색대에 한 번이라도
걸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때의 민망함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떤 것 때문일까,
보안관은 나를 끝쪽으로 불렀다.
가방에서 꺼낸 물품은
이번에 캐나다 가서 쓰라고
엄마께서 한가득 사 주신 새 화장품들..
비행기 내 100ml 이상 액체 반입 금지라는 걸
새까맣게 잊고 넣은 내 잘못이었다.
무려 20만 원어치 화장품이었는데,
캐나다에 가서 다시 살 것까지 생각하면
돈 지출이 꽤 크다고 생각했다.
보안관은 나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1) 여기서 버리기
2) 20만 원 더 내고 수하물로 부치기
그런데 여기서 20만 원을 내고 짐을 부치는 게
기회비용 무슨 비용 다 따져봤을 때 훨씬 낫다는 판단이 들어,
'제발 캐나다로 갈 수만 있게 해 주세요...'
속으로 빌며 공항 체크인 카운터로 다시 나왔다.
나가는 길에 보안관은
손에 스티커 하나를 붙여 줬는데,
이미 다른 짐에 대한 보안 검사는 끝났으므로
짐을 부치기만 하면 프리패스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스티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별 일 아닌데,
당시에는 너무 패닉이 와서
거의 울기 직전 상태로
엄마에게 전화를 하며 카운터로 향했다.
"엄마.. 일단 직원 분이랑 얘기하고
이따 다시 전화할게.."
전화를 끊고, 직원분께 다가갔다.
직원분께서는 이미 무전이나 전화로
소식을 들으셨는지,
내가 다가가자마자 내 상황을 다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셨다.
"저... 이 물건 부치러 왔는데요..."
표정은 패닉, 눈에는 눈물이 차고,
엄마 카드를 손에 들고
덜덜 떨며 건네는 내 모습을 보고
직원분께서는 내가 불쌍했는지,
"학생이고, 진짜 몰랐던 것 같으니까
이번만 공짜로 부쳐 줄게요.
다음부터는 꼭 잘 기억해야 해요."
라고 말씀하셨다.
이때 직원 분의 말 한마디는
20만 원 그 훨씬 이상의 값어치를 했다.
그동안 내가 캐나다를 가기 위해
얼마나 아등바등했는지
다 아는 눈빛이었달까.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다시 출국장으로 향했다.
'하.. 이제 캐나다에서 입국심사만
통과하면 되는 거지?'
일단 마음을 좀 진정시키며 비행기에 발을 디뎠다.
'드디어 떠나긴 떠나는구나'
휴대폰을 확인하니 엄마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비행기에 착석하기 전까지 아직 출발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완전히 착석하면 연락 줘.
웃음을 피식 터뜨리고 엄마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드디어 떠난다!
캐나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