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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Feb 09. 2024

설 날

까치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까치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아이에게 설날 노래를 불러주며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어릴 때 저 노래를 알게 된 이후부터 왜 까치들의 설날은 어저께고 우리 설날은 오늘인지 나는 늘 궁금했다. 아직도 그 궁금증은 해결되지 못한 채 물음표로 남아있다. 


아무튼 오늘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떡국떡으로 홍합 떡국을 했다. 말린 표고버섯과 다시마, 양파껍질과 양파를 넣고 채수를 푹 끓여서 우려냈다. 채수에 살짝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하고 떡과 홍합을 넣고 끓였더니 시원하고 맛있는 떡국 한 그릇을 남편과 뚝딱했다. 친정 엄마가 어제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전화가 왔다. 상대방 차량의 교통 위반으로 생긴 접촉 사고로 부딪힌 차량 문짝은 심각했지만 다행히 엄마는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작년 이맘 때는 내가 교통사고가 나서 한방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했던 것 같은데 올 해에는 엄마가 교통사고가 났다. 아무튼간에 교통사고란 결코 나 혼자 조심히 운전한다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기에 운전 경력이 많든 적든 늘 겸손한 태도와 주의를 요한다. 자칫하면 순식간에 골로 갈 수 있는 게 교통사고다. 올해 우리 엄마도 정초부터 큰 액땜 했다.  


친정 아빠가 오전에 일찍 집에 오셔서 아이만 먼저 데리고 가셨다. 이렇게 귀한 자유 시간이 주어졌으니 글을 쓰고 찜질방에 가서 땀을 쫙 빼고 찜질이나 하다 생각이다. 남편이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 보고 오자는데 나는 영화보다 찜질방에서 뜨끈하게 지지는 게 더 좋았다. 나는 영화관은 영 내키지 않았고 남편은 찜질방이 영 내키지 않는 듯했다. 남편과 나는 영화 취향도 서로 많이 달랐다. 남편은 주로 전쟁, 정치 관련 영화들에 흥미를 느끼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 반면에 내게 그런 영화들은 다이내믹할지는 몰라도 그다지 흥미롭거나 울림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차라리 나는 영웅본색 같은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 나는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도 좋아하고 러브레터처럼 잔잔하지만 여운이 있는 영화들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나의 취향대로 영화를 고르고 영화관에 가면 남편은 스크린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까지 머리를 박아 대며 졸고 있었다. 찜질방도 나는 한번 가면 느긋하게 4시간 정도 비비다 오는데 남편은 오랫동안 찜질방에 머무는 일을 힘들어했다. 결국 나는 남편의 제안을 거절하고 영화관 대신에 찜질방을 가는 건 어떤지 제안했지만 남편은 나의 찜질방 제안을 거절했다. 결국 영화는 다음에 보기로 했다. 


우리는 각자 취미나 취향은 알아서 홀로 즐기기로 암묵적 합의를 했다. 

내일 아침에는 절에 가서 합동차례를 지내고 와서 통밀 만두를 만들어서 통밀 만두 떡국을 만들 생각이다. 

연근과 야콘, 우엉, 애호박, 꽈리고추 전도 부쳐서 식탁 위에 명절 분위기를 한껏 내봐야겠다. 고기를 안 먹으니 오랜만에 갈비찜 대신에 콩고기를 만들어야겠다. 남편과 윷놀이도 한 판 해볼 생각이다. 

설 연휴에는 어디든 교통체증이 심할 테고 사람들로 붐빌 테다. 나는 이럴 때 결코 애써서 멀리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연휴에는 가능한 적게 움직이며 집에서 빨래를 개키거나 창틀을 닦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연휴를 정말 잘 보낸 것이니까 말이다.

연휴에는 안으로 닦지 못했던 것들을 닦는 일에 집중하는게 현명한 일이다.

설날에는 나도 우리 아이처럼 한복을 입고 우리 외할머니한테 가고 싶어 진다. 

외할머니께 세배드리고 세뱃돈 받고 싶어 진다.

내일은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께 안부를 여쭙고 세배를 드리고 와야겠다.  "잘 계시지요? 품이 정말 그립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께 세뱃돈도 받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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