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론스톤 Sep 24. 2024

주열관리사를 아시나요?

5박 6일간의 호캉스 자연치유센터의 기억

재작년 겨울의 기억이다. 

나는 자연치유의 길을 걷겠다고 결단을 내리고 인터넷으로 자연치유센터들을 검색해 보았다. 

가격대도 천차만별의 치유센터들이 수십 곳이 나왔다.

그중에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에 산속 황토방이 있는 경기권 내에 위치한 치유센터를 5박 6일간 입소했던 

경험이 있다.

그곳에는 대부분 말기 암 환우들과 재발과 전이가  환우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자연과 더불어서 자연식을 먹고 지내는 일 외에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었다.


나는 우연히 환우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 주열관리사라는 생소한 직종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나는 센터에서 알게 된 환우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주열관리사가 식판을 들고 환우들 곁으로 왔다.

환우들은 모두 이 주열관리사로부터 매주 주열 마사지라는 것을 받고 있었다.   

대부분 주에 1회~2회를 받고 있었다. 

그 주열관리사는 센터의 황토방 하나를 사무실처럼 쓰고 있었다.

그곳에서 환우들은 주열관리사에게 주열 마사지를 받기도 하고 주열기나 온열매트를 구매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다가 주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나도 주열관리사님께 상담 신청을 했다.      


(똑똑똑)

"어서 오세요. 들어오세요."

유방암 환우분이 주열을 받으려고 침대에 누워계셨다.

"안녕하세요. 아 여기서 이렇게 마사지하고 계시는군요."

나는 약간 어수선한 사무실 황토방을 둘러보며 주열관리사님께 인사를 드렸다.

"네. 여기서 환우들 주열관리를 해드리고 있어요.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커피를 안 마셔서요. 감사합니다."

"따뜻한 물이라도 드릴까?"

"네. 감사합니다."

"무슨 암이시라고 했죠?"

"육종암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아~육종암...~ 육종암은 처음 들어보네요? 어느 쪽에 암이 생긴 거예요?"

암 환우들에 대한 경험이 많으실 텐데도 주열관리사님도 육종암은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생기기는 신장 쪽에 생겼는데요, 신장암은 아니고 육종암인데 혈관 지방육종이라는 희귀암이에요."

"아. 그렇구나. 얼마나 고생하셨어... 여기는 언제 입소했어요?" 

"아.. 3일 전에 들어왔어요. 5박 6일로 들어와서 이틀 뒤에 퇴실해요."

"너무 빨리 퇴실하신다."

"더 있고 싶어도 너무 비싸서 있을 수가 없네요. 아이도 어려서 제 손길이 많이 필요하고요......

여건이 못되네요."

"그러시구나. (커피를 타며) 푹 좀 쉬면 좋을 텐데. 우리 샤론 님은 어디 사세요?"

"저는 김포에 살아요."

"아~김포에는 내가 못 가는데... 김포에는 우리 센터가 없거든요. 가만 그 언니가 일산에서 주열을 하는데~ 

일산에 주열 하는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한테 부탁 한번 해봐야겠다. 주열은 처음이죠?" 

"아. 네. 주열은 처음 들어봤어요."

"일본에 미쯔이라는 여성이 이 주열기를 개발했는데 몸 깊은 곳까지 고열을 주입해 주는 거예요. 다리미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온열 치료라고 들어는 봤죠?"

주열관리사는 유방암 환우의 옆구리를 주열기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순간 유방암 환우는 그 부위가 매우 뜨거웠는지 몸을 움찔거리며 "앗! 뜨거워!"라고 했다.

"이렇게 주열을 하다 보면 유난히 뜨거운 부위가 있는데 거기가 아픈 곳이에요. 아픈 곳에서 뜨겁다는 반응이 나와요. 신기하죠?"

"아..... 신기하네요." 

"샤론씨는 왜 샤론씨에게 암이 생긴 것 같다고 생각해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요?"

"원인이요? 음..... 여러 가지 원인이 많이 있겠죠. 불규칙한 생활 방식이라든지 배달 음식과 정크 푸드를 즐겨 먹던 식습관이라든지.... 가족력이라든지....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죠."

주열 관리사는 따끈한 믹스 커피를 한 잔 들이켜고서는 이야기를 했다. 

"음... 그것도 원인 중의 하나죠. 그런데 암의 원인은 바로 온도에 있어요. 체내 기온이 1도라도 떨어지면 암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지요. 그래서 암을 치료하려면 체내 온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아... 네.... 그렇군요....."

"우리 주열관리사들은 환우들한테 찬물도 마시지 말라고 해."

"아. 그렇군요. 그럼 이것도 대체의학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주열관리사님은 대체의학도 공부하신 건가요?"

"음... 그건 아니고요. 그냥 주열관리는 주열관리예요."

"아... 네...."

"아무튼 그래서 여기 있는 암환우들이 다 이 주열기치료를 받는 거예요. 내가 자기 해주고 싶어도 예약이 꽉 차 있어서 해줄 수가 없네. 너무 안타깝다. 김포는 내가 관리를 안 해서 퇴소하고 난 다음에도 가기가 힘들겠어."

나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주열관리가 무엇인지 호기심이 생겨서 상담을 받았지만 아직 주열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주열관리사는 이미 자신의 꽉 찬 스케줄로 나를 관리해 줄 수 없다며 물어보지도 않은 스케줄까지 열거하며 김칫국을 마시듯 말했다.  

"아.. 바쁘시네요. 주열 마사지는 회당 얼마예요?" 

"12만 원."

"아.... 그렇군요. 마사지받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 거예요?"

"2시간 걸려요."

"아…. 그렇군요. 힘드시겠다."

"그래도 환우분들이 회복되고 치유되면 너무 보람 있으니까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거죠. 여기 언니들도 다 매주 마사지받고 다 주열기랑 매트랑 세트로 샀어요. 그 차차 언니도 항암하고 복수 차서 얼마나 고생했어? 근데 주열기하고 많이 좋아졌잖아. 지금. 이렇게 마사지받고 수시로 또 주열기로 집에서 계속 주열기 대고 있으면 정말 좋아요.

주열기를 댔을 때 유독 뜨거운 부위가 있어. 거기가 아픈 곳인 거지. 그럼 그런 부위를 집중적으로 주열을 잘해주면 돼요."

"아.. 그렇군요. 주열기는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지금 주열기가 아마 쿠팡가로 백오십만 원인가? 그럴 거예요." 

"헐.... 엄청 비싸군요... 와...."

"근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주열기가 딱 2개 있는데 샤론님이 그거 하시면 원래 안 되는 건데 특별히 120만 원에 해줄 수 있어요."

"아.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고가의 제품이라서 확 지를 수도 없는 종류라서요."

"아니 근데 내 몸에 그 정도는 투자해야지. 암을 치유하려면 몸의 온도를 높여야 하는데~그럼 주열을 받아야지." 

"상담 너무 감사드려요. 명함 하나 주세요." 

"샤론씨 뭘 벌써 가요? 내가 이거 뭐 사라는 말이 아니고 안 사도 된다니까. 그냥 여기서 편하게 쉬다가 가도 돼요."

"방에 가서 좀 쉬려고요. 친절한 상담 너무 감사드려요. 고민 좀 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수고하세요."     


그렇게 나는 주열관리사와의 상담을 마치고 나왔다.

수많은 환우들이 세탁소에 구겨진 옷을 맡기듯 주열관리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고 열심히 구겨진 심신을 그곳에서 드라이클리닝받는 것 같았다.  

주열관리사의 말처럼 우리 건강에 있어서 체내 온도는 정말 중요하다. 그 이론에는 나도 동감하는 바다.

그러나 내게 주열기 원조 개발자인 미쯔이인지 우쯔미인지 하는 일본 여자 이야기는 그저 상술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암선고와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긴 투병의 시간 속에서 많은 환우들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

뭐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고 조금이라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픈 마음이다. 


당시 자연치유센터에 있던 환우들도 주 2회씩 주열관리를 받고 모두 주열기와 매트도 소장하고 있었다. 

치유센터 한 달 숙박이용료만 하더라도 약 3백만 원에 주열관리비 한 달 비용 약 백만 원만 하더라도 한 달에 4백만 원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주열기와 온열매트까지 도합 약 200만 원의 견적이 나오니 한 두 달 사이에 천만 원은 우습게 공중으로 휘발되는 격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그런 루트로 치유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여기도 병원과는 또 다른 성격의 호랑이 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환우가 되고 나니 어딜 가나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암은 나의 몸과 마음만 갉아먹는 게 아니라 이처럼 통장까지도 순식간에 전이되어 갉아먹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깨달았다. 

이곳에서의 5박 6일간의 경험은 나로 하여금 암이 통장까지 전이되지 못하도록 보안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대신에 나는 당근 마켓에서 3만 원짜리 건식 족욕기를 구매해서 맨발 걷기 후 족욕을 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것만으로도 발의 피로를 풀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것도 몇 개월 쓰다가 당근에 내놓아 팔아버렸다.

내게 최고의 온열기는 산을 타는 일이었다. 산을 타는 동안은 온몸이 뜨거워지고 땀으로 겨드랑이와 등, 림프 부위들이 흠뻑 젖었다. 

나는 온갖 복잡한 식단, 거추장스럽고 값비싼 의료기기나 약제들은 시원하게 싹둑싹둑 가지치기를 해버렸다.

나의 자연치유를 도와주는 재료들은 자연에 있는 그대로의 것들로도 충분했고 자연은 말 한마디 없이 내게 진심을 전하는 듯했다. 

나는 그곳에서 주열의 세상을 잘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그것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던 호캉스 자연치유센터의 기억이 되었다. 

그곳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값비싼 레슨을 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산으로 갔다.  


작가의 이전글 뭐해먹고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