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떠나면,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을 가득 만난다.그럴때면 설렘에 쿵닥쿵닥 심장소리가 들리곤한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는 신선하고 새로운 것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일상 속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나 심장이 두근 거리는 그 무엇인가에 항상 목이 말라있다. 의식도 하기 전에, 여행지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직장에서 낯선 업무가 갑자기 주어지면,
"아우~ 어렵다. 하나도 모르겠다. 어쩌지, 어쩌지"
이러한 불안으로 사로잡힐 때면, 외딴 여행지로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기어 나온다.
당장 해외로 떠나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하며소설 속 세상으로 도피를 떠나곤 했다. 그중 하나를 말해보려고 한다.
여느 책 보다 훨씬 얇은 책을 골라잡았다.책에는 낯선 음악용어와 꽤나 특이한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이해가 되지 않아 책장을 뒤로 넘기는것이 어려웠다. 고작 이 얇은 책조차 다 읽지 못하고 무릎 꿇기는 싫었다. 그래서 꾸역꾸역 오기로 다 읽어 버렸다. 헛, 그래도파악이 되지 않았다. 작가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굳이 이렇게 어렵게 써야만 했는지, 나는 또 왜 이 책을 이렇게 붙잡고 있었는지 허무감 마저 들었다. 그런데, 그 책의 저자는 내가 무척 좋아하고 감동을 안겨주었던 작가였기에 다시 읽기를 시도했다.
두 번째 읽을 때, 음악용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주요 내용에 집중했더니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먼가 부족해 보였다. 겨우 이걸 얘기하려고 작가가 이렇게 (어렵지만 간결하게) 글을 풀어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결국 또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는 순간, 마음의 감동이 일어났다. 주인공의 심정이 나에게 투영되어 갔다. 아니 나의 감정이 주인공에게 투사되어 갔다. 마치 현실 속의 나를 녹여내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역시 그 작가는 천재였다. 이전에 읽었던 어느 책 보다 가슴을 울려댄 책이었다.
여행을 갈망하던 내가 같은 책을 세 번이나 읽고나니,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직장 속에서 주어진 낯선 업무를 호기심의 눈으로 들여다볼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나도 익숙하고 변화 없는 권태로움. 어쩌면 소설에서 심금을 울렸던 그런 메시지를 그 권태로움 속에서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일상 속에서, 여행할 때의 마음가짐과 소설을 읽을 때의 진심 어린 눈이 있다면 인생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을 가서도 불안에 사로 잡혀 있는 여행객이 있는가 하면, 심장이 뛰는 일상을 보내는 직장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