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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닝 Oct 13. 2024

여행에 대한 생각

'여행에서의 나'와 '일상 속의 나'는 무엇이 다를까?

 해외여행을 떠나면,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을 가득 만난다. 그럴때면 설렘에 쿵닥쿵닥 심장소리가 들리곤 한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는 신선하고 새로운 것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일상 속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나 심장이 두근 거리는 그 무엇인가에 항상 목이 말라있다. 의식도 하기 전에, 여행지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직장에서 낯선 업무가 갑자기 주어지면,

 "아우~ 어렵다. 하나도 모르겠다. 어쩌지, 어쩌지"

이러한 불안으로 사로잡힐 때면, 외딴 여행지로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기어 나온다.


 당장 해외로 떠나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하며 소설 속 세상으로 도피를 떠나곤 했다. 그중 하나를 말해보려고 한다.


 여느 책 보다 훨씬 얇은 책을 골라잡았다. 책에는 낯선 음악용어와 꽤나 특이한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이해가 되지 않아 책장을 뒤로 넘기는 것이 어려웠다. 고작 이 얇은 책조차 다 읽지 못하고 무릎 꿇기는 싫었다. 그래서 꾸역꾸역 오기로 읽어 버렸다. 헛, 그래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작가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굳이 이렇게 어렵게 써야만 했는지, 나는 또 왜 이 책을 이렇게 붙잡고 있었는지 허무감 마저 들었다. 그런데, 그 책의 저자는 내가 무척 좋아하고 감동을 안겨주었던 작가였기에 다시 읽기를 시도했다.

 두 번째 읽을 때, 음악용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주요 내용에 집중했더니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먼가 부족해 보였다. 겨우 이걸 얘기하려고 작가가 이렇게 (어렵지만 간결하게) 글을 풀어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결국 또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는 순간, 마음의 감동이 일어났다. 주인공의 심정이 나에게 투영되어 갔다. 아니 나의 감정이 주인공에게 투사되어 갔다. 마치 현실 속의 나를 녹여내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역시 그 작가는 천재였다. 이전에 읽었던 어느 책 보다 가슴을 울려댄 책이었다.

 

여행을 갈망하던 내가 같은 책을 세 번이나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직장 속에서 주어진 낯선 업무를 호기심의 눈으로 들여다볼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나도 익숙하고 변화 없는 권태로움. 어쩌면 소설에서 심금을 울렸던 그런 메시지를 그 권태로움 속에서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일상 속에서, 여행할 때의 마음가짐과 소설을 읽을 때의 진심 어린 눈이 있다면 인생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을 가서도 불안에 사로 잡혀 있는 여행객이 있는가 하면,  심장이 뛰는 일상을 보내는 직장인도 있다.

 본질은 동일하다. 단지, 어느 방향으 바라보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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