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같다면 힘을 합치는게 좋다
SUMIF 함수 = 지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 값을 합산
이제 막 영업이란 걸 시작했던 사원 시절. 거래선의 카운터 파트너가 갑자기 부끄러워하며 부탁을 해왔다. 선배가 엑셀작업 시킨 게 있는데 잘 몰라서 고생중이라고 했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에게 엑셀 잘 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도와줄 수 없냐고 물어왔다. 내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한다는 의욕으로 흔쾌히 승낙했다.
그를 따라간 곳은 사무실이 아니라 매장 창고 한구석이었다. 천장이 45도 기울어져 내려와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다락방처럼 생긴 공간에 작은 노트북이 놓여있었다. 한 사람 들어가기도 비좁아 보이는 공간에 몸을 웅크려 비집고 들어갔다.
질문은 간단했다. 수 많은 고객의 데이터 중 특정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들의 구매금액을 합산하고 싶다고 했다. 엑셀을 보니 얼핏봐도 행이 몇 천개는 될 것 같은데 그는 한 명씩 골라내서 소위 말하는 복붙을 하고있었다. 그래서는 시간은 둘째치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숫자가 틀리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찾아낼 수 없다.
"SUMIF 함수 쓰면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뭔지 잘 모른다며 한 번 해 줄 수 있냐고 했다. 늘 그렇지만 엑셀은 당신이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다. 몇 번 써서 익숙해지면 눈 감고 한글 타자치는 것만큼이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SUMIF는 VLOOKUP과 함께 엑셀인간을 대표하는 함수다. 구매금액 열을 범위값으로 지정하고 쉼표 뒤에 지정할 조건을 따옴표 안에 적어주면 끝. (검산은 필터를 건 다음 SUBTOTAL을 이용하면 간단하다)
알고나면 공기처럼 당연해 보이지만 알기 전에는 가스실에서 방독면을 처음 썼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하루 꼬박 걸릴 줄 알았던 일을 거래선의 사원 나부랭이가 와서 10초만에 해결해 줬을 때 그에게 난 메시아로 보였을 것이다. 연신 감사하다고 꾸벅거리며 인사를 하던 그는 실적으로 나에게 보답했다. 오픈 이래로 경쟁사한테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던 매장이 어느 순간 지지 않는 매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SUMIF가 엑셀인간에게 내린 은총이었다. 선배들은 무슨 짓을 한거냐고 캐물었지만 진실을 말할 순 없었다. 내 회사생활 첫 윈-윈을 이끌어 준 SUMIF. 만약(IF)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힘을 합쳐서(SUM) 문제를 해결해보자. 생각외로 그 결과가 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