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도의 끝판왕. 자유롭게 살고싶다.
엑셀엔 수 많은 기능들이 있지만 엑셀인간으로써 도달해야하는 궁극점은 바로 피벗 테이블이다. 피벗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방대한 자료를 단순화, 구조화해서 보여줄 수 있다. 피벗을 잘 다루면 2차, 3차 가공 데이터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아이언맨의 자비스만큼은 아니지만 숫자에 있어서 만큼은 현실판 자비스 수준이다.
처음 피벗 테이블을 접했을 때의 기분은 VLOOKUP의 그것과 달랐다. VLOOKUP이 오, 신기하다. 정도였다면, 피벗을 봤을 땐 헐, 하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방대한 자료를 하나의 테이블에 담을 수 있는 효율, 내가 원하는 항목만 볼 수 있는 센스, 행과 열을 마음대로 전환할 수 있는 자유도. 드디어 나의 엑셀인생에서도 밝은 빛이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도구가 생긴다고 해도 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노예의 몫. 데이터를 굉장히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어르신들은 더욱 방대한 양의 분석과 자료를 요구했다. 분석의 범위가 넓어질 수록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능력도 날카로워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실무자들에게 돌아왔다. 결국 전 세계 엑셀인간들은 피벗이라는 다람쥐 쳇바퀴에 갇히고 말았다.
모든 엑셀 함수와 기능이 그렇듯이 피벗 또한 알고나면 전혀 어렵지 않다. 한 번도 안 써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 본 사람은 없다. 피벗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각 항목의 이름을 빈 칸 없이 정확하게 달아두고, 전체 테이블을 선택한 후 삽입-피벗 테이블을 누르면 끝. 그 뒤로는 행과 열을 오가며 드래그앤드롭만 하면 자료가 짜잔!하고 만들어 진다. 피벗을 토대로 새로운 정리시트를 만드는 사람도 있고, 슬라이서와 차트를 추가하여 보고서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피벗은 만드는 사람에게도 자유도를 주지만, 읽는 사람에게도 생각의 자유도를 준다. 소위 이렇게도 저렇게도 보고싶은 마음을 만족시켜준다. 그 마음이 과해지면 지옥으로 파고들어가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실무자겠지만.
만약 엑셀에 피벗 기능이 없었다면 엑셀의 위상은 달라졌을거다. 피벗으로 인해 많은 직장인들의 업무를 효율화하고 노동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줄어든 시간만큼 다른 일이 늘어나는 건 함정) 개인적으로 피벗의 좋은 점은 스스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거다. 어떤 형태로 조합하면 가장 최적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미리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최종 작업은 엑셀이 대신 해주겠지만 최적의 작업을 도출하기위한 명령은 내가 생각해서 내린다. 그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주는 도구가 피벗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니, 느낀다. 체감상 내가 멍청해지고 있다. 기억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논리적인 사고력도 떨어진다. 어휘구사력은 너무 심각해서 '그거', '거시기', '아 그왜 있잖아' 등의 사용빈도가 현저히 늘어났다. 망각의 슬픔이 나를 파고들 때 피벗을 생각해보는 건 약간, 아주 약간 도움이 된다. 인생까지 가져다 붙이긴 억지스럽긴 하지만 피벗이 업무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혹시라도 아직 피벗 테이블에 입문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해보길 바란다. 숫자와 인생을 보는 시야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