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엑셀 인간 03화

IF

만약에 대한 집착 = 후회의 아이콘

by 현진형

IF = 특정값과 예상값을 논리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함수


후회의 아이콘. 아이에게 우리 부부가 붙여준 별명. 포켓몬 카드를 샀다가 좋은 게 안 나오면 '이거 사지 말 걸', 롯데월드 가다가 길이 막히면 '오늘 나간다고 하지 말 걸'. 후회는 종종 '만약'이라는 단어로 연결된다. 하루는 새로 산 동화책의 종이를 찢어놓고는 오열을 하길래 '찢어진 종이는 되돌릴 수 없어' 라고 했더니 '만약 이 책을 안 샀으면?'이라고 묻는다. '그럼 울 일도 없었겠지만 그 전의 즐거웠던 일도 사라지겠지.' 굉장히 차분하게 말한 것 같지만 그 때는 엄청 짜증을 냈다. 도대체 왜 이런 사소한 걸로 우는 아이를 달래줘야 할까. 하지만 내 인생도 다를 바 없었다. 유전자가 어디로 갔겠는가. 나도 만만치 않은 어른 버전 후회의 아이콘이다.


만약 내가 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이런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은 없겠지만 유독 그 생각에 많이 지배당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해줬지만 그 대신 최선의 상황도 만들 수 없다. 대부분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후회의 아이콘인 경우가 많다. 본인이 상상하는 완벽한 모습과 현실은 늘 다르기 때문에 이상적인 것에 집착하다보면 현실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완벽주의자들의 안 좋은 점은 그런 상황에서 늘 자기 탓을 한다는 거다. 내가 멍청해서, 내가 약해서, 내가 부족해서. 양념처럼 후회를 곁들인다. 결국 완벽을 목표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후회만 남는 아이러니한 인생이 펼쳐지게 된다.


완벽을 추구한다고 해도 꼭 100점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얼마 전 흑백요리사에 나온 안성재 셰프님은 "요리에 100점은 없다. 늘 더 발전하고 개선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내가 만드는 요리도 90점을 준다. 나에겐 90점이 만점이다."라고 했다. 10점의 버퍼. 10%의 쿠션. 이게 사람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거 아닐까. 스스로를 너무 옥죄어 숨도 못 쉴만큼 헉헉대다가 번아웃으로 쓰러지느니, 90점을 목표로 하고 조금 부서지고 깨져도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거야'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아껴두는게 좋지 않을까.


후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패에 대한 감각이 쌓이면 성공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 지금 내 인생도 그렇다. 늘 100점처럼 살고 싶지만 90점을 만점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때론 10점을 더 얻어서 100점이 되는 것보다 90점을 받는게 나을 수도 있다. 후회를 많이 하지도 말고, 후회를 두려워 하지도 말자.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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