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엑셀 인간 02화

AVERAGE

평균의 종말이라고 하던데 내 인생 평균은 되려나

by 현진형

AVERAGE = 인수의 산술평균값을 반환


평균의 오류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 예전에 한 선배가 회의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어느 공군기지에서 새로운 제복을 맞추려고 군인 100명의 키를 평균내서 주문을 했는데, 알고보니 키가 아주 큰 사람과 적은 사람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어서 정작 입을 수 있는 옷은 몇 벌 없었단다. 그러니 평균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란다. 맞는 말이지만 이 이야기엔 평균의 오류보다 더 심각한 오류가 숨어있다.


첫째, 100명의 키를 평균내서 옷을 주문하겠다고 생각한 실무 담당자가 이상하다. 요즘 초등학생 반 티셔츠 맞출 때에도 S, M, L 정도는 구분한다. 다양성의 존중같은 고차원으로 갈 필요도 없다. 한 번이라도 같이 근무하는 동료를 둘러봤다면 이런 실수는 막을 수 있었다.


둘째, 아무도 이 아이디어를 막지 않았다. 100명의 옷을 One size로 주문한다는 말을 듣고 왜 아무도 막지 않았을까. 조직에 최소한의 직급체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실수를 줄이고 좀 더 나은 판단을 하기 위함이다. 이 이야기 속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실무도, 날카로운 센스를 가진 동료도 없다.


비판적 사고라는 무기를 사용해 장난스럽게 태클을 걸어봤다. 평균의 오류를 조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평균은 잘 사용하면 굉장히 유용하다. 특히 전체를 요약해서 한 눈에 파악하고자 할 때 좋다. 엑셀인간들에게 기본적인 테이블은 적게는 100행에서 많게는 10,000행을 넘어갈텐데 그 숫자들을 일일이 보고하긴 어렵다. AVERAGE 함수로 평균값을 찾아내고 그 안에서 비중이 높은 집단을 뽑아내는 것이 훨씬 깔끔한 보고서라고 하겠다.


AVERAGE를 사용했다는 건 수 많은 raw data의 집합이 있다는 말이다. 높고 낮은 숫자의 분산과 편차를 줄여나가야 하는것이 평균의 목적이 될 수도 있고, 평균과 이미 멀어졌다면 새로운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줄 수도 있다. 사용자가 도출된 값을 잘 해석할 수만 있다면 AVERAGE는 가장 쉽고 유용한 아이템이다. 결국 돌고돌아 나도 비슷한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지만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아이의 수학 성적이 1월엔 90점, 3월엔 30점, 6월엔 90점, 9월엔 30점이라고 할 때 12월의 점수의 추정치는 어떻게 구할까. AVERAGE를 사용해서 산술평균인 60점이라고 대답하려고 했다면 멈춰야 한다. 차라리 트렌드를 보아하니 규칙적인 널뛰기를 하고 있으니 3개월 후엔 90점을 받을 확률이 높겠습니다.라고 하는게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럴 때는 앞서의 공군 실무자처럼 귀찮으니 그냥 평균으로 주문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해당 시점의 상황과 또 다른 변수들을 살펴야 한다. 귀찮지만 그게 책상에 앉아서 엑셀만 하루종일 돌리는 키보드 워리어 소리를 안 들을 수 있는 방법이다. 1월과 6월 시험엔 어떤 유형의 문제가 등장했는지, 3월과 9월 시험에서 오답이 나온 유형은 어떤 문제들인지 파악해야 한다. 시험을 친 공간과 해당 시점의 날씨, 그 당시 아이의 컨디션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현실에선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나 많다.


평균 이야기를 하다보니 할 말이 많아서 평균 글 분량보다 길어지고 말았다. 결론은 평균도 잘 사용하면 좋은 도구니, 평균의 오류나 종말이라는 말만 듣고 평균을 사용하지 않는 오류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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