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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극장이 다시 열렸습니다

by 현진형 Mar 25. 2025

끈적한 피가 튀는듯한 느낌의 표지. 메탈리카의 Load 앨범. 고등학교 시절 나를 메탈에 입문시켜 준 앨범. 친구가 리어카에서 사서 나에게 빌려준 앨범. 그 앨범은 나를 메탈과 하드록의 세계로 이끌었고 덕분에 일렉기타도 연주하고, 직장인밴드도 하고, 기타를 5대나 사모으는 인간이 되었다. 여러모로 나에겐 인생앨범이지만 메탈리카나 Load앨범이 나의 최애는 아니다.


나의 최애는 한 번도 변한 적 없이 들을 때마다 꿈의 극장을 열어주시는 드림씨어터다. 처음 Awake 앨범을 들었을 때의 충격. 놀랍도록 깔끔한 연주와 멜로디,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세션들의 연주와 특히나 기타와 키보드의 주고받는 연주 그리고 앨범마다 빠지지 않는 장대한 서사. 그야말로 취향저격. 돈이 없어서 늘 여러 밴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록페스티벌만 골라 다녔는데, 유일하게 내한 단독 콘서트를 처음 가 본 밴드. 나에게 드림씨어터는 언제나 최애였다. 하지만 스트리밍 환경이 좋아지고 이제 글로벌 신보를 매일 아침 들을 수 있게 되면서 난 최애보다는 스포티파이의 신곡레이더를 더 자주 누르고 있었다. 드림씨어터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들을 수 있기에 오히려 듣지 않았다. 마치 공기처럼.


얼마 전 큰 마음먹고 헤드폰을 새로 샀다. 요즘은 무선 이어폰이 워낙 잘 나와서 헤드폰을 거의 안 쓰다 보니 얼마 전 집에 놀러 온 조카에게 원래 쓰던 걸 줬다. 그런데 주고 나니 몰려오는 허전함이란. 몇 년째 손도 안 대던 건데.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하더라. 이렇게 또 소비욕을 찾아내서 인터넷을 서칭 하게 만들다니. 청음샵에서 들어보고 가장 좋았던 기기를 들였다. 다소 비쌌지만 나름 음악인으로서 이 정도 사치는 할 수 있지라고 자기 합리화로 마무리 지었다.


헤드폰이 새로 생기자 기존에 듣던 음악들도 조금씩 다르게 들렸다. 이것저것 또 새로운 음악을 듣던 중 알고리즘에 드림씨어터가 걸렸다. 최애라고 해놓고선 아티스트 팔로우도 하지 않고 좋아요 표시한 곡도 하나도 없었다. 오래된 책을 꺼내어 먼지를 털고 책장을 펼치듯 'This is Dream Theater'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아. 이게 내가 알던 드림씨어터인가. 이렇게 좋았던가. 분명히 전과 똑같이 깔끔하고 명료하고 서사도 있고 보컬의 목소리도 호소력 있고 모든 게 같았는데 다르게 들렸다. 헤드폰의 영향인가 싶어 이어폰으로도 들어보고 집에서 톨보이 스피커로도 들어봤다. 다르다. 달라.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다르다. 분명 수백 번 들었던 노래인데 느낌이 너무 다르다. 그런데 그 다른 느낌이 너무 좋다.


고딩시절 메탈이 질려서 전문가 친구에게 다른 앨범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받았던 게 에릭 존슨의 Venus Isle이었다. (천사가 그려져 있는) 하지만 세풀투라 같은 스래쉬메탈을 듣던 나에게 에릭 존슨은 그야말로 읭? 이었다. 차마 끝까지 듣지 못하고 친구에게 돌려줬었다. 우연히 그 앨범을 대학교 졸업할 무렵 다시 듣게 됐는데 그때도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다소 잔인한 비유긴 하지만 킹스맨에 나오는 것처럼 머릿속이 펑펑 터지는 느낌. 이래서 음악은 평생 두고두고 듣고 또 들어봐야 한다는 거구나.


아직도 다시 듣고 있는 드림씨어터가 왜 좋은지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는 없다. 공기가 소중한 이유는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외에 딱히 다른 말은 없지만 그게 전부인 것처럼, 지금의 드림씨어터는 나를 즐겁게 해 주고 그게 전부다.


꿈의 극장이 다시 열렸다. 뒤늦게 입장권을 끊고 헐레벌떡 뛰어들어간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까지 그 자리에 있었고 계속 날 위해 연주해 주었다. 오랜만에 느긋하게 자리 잡고 앉아서 곡을 감상해 본다. 이 느낌, 이 기분 앞으로도 평생 느낄 수 있도록 드림씨어터여, 영원하라! (이제 형님들하고 같이 늙어 간다고 해도 되겠지? 오래오래 같이 늙어 갑시다!)



키워드에 메탈리카는 있는데 드림씨어터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 우리 형님들도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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