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인 수동주의로 나의 에너지를 조절하기
어느덧 바캉스(라고 쓰고 백수기간이라 읽는다) 기간이 8개월 차에 들어섰다. 여전히 자유롭다는 즐거움과 내 삶이 걱정되는 불안감이 동시에 몰려온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점점 쪼그라든다.
"내가 언제 이런 시간을 갖을까? 더 즐겨보자"라는 편안함 반, "취직 언제 되지? 이번 달 카드값은 어떡하지?" 하는 조급함 반. 더 놀고 싶다는 마음과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싸운다. 물론 승자가 정해진 싸움이다. 그저 기간이 관건일 뿐, 후자가 무조건 이길 게임. 스스로를 효율충(忠)이라 부르는 나는 왜 이미 결론이 난 게임을 이어가고 있을까?
사실 나에게 이번 바캉스 콘셉트를 확실히 했다.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 여기서의 지속가능함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환경을 위한, CSR/CSV적인 삶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범위인데, 일과 휴식에서의 자율성을 적절히 가져서 이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내가 정의하는 지속가능한 삶이다.
쉬는 동안 깨달은 지속가능함의 조건은 어느 정도는 수동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모든 부분에서 주체적으로 살면 에너지 소비가 과할 수밖에 없다. 삶에서 에너지 소비 없이 자동적으로 굴러가는 부분이 있어야 내가 정말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싶을 때 100퍼센트 발현할 수 있다. 능동적인 수동주의. 내가 선택해서 사는 수동적인 삶의 일부분. 나는 이런 삶을 능동적인 수동주의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루틴 라이프를 시작했다. 루틴이 있다면 삶에 필요한 행동들을 수동적으로, 에너지 소비 없이 행할 수 있다. 특히나 잊기 쉽지만, 하면 나에게 좋을 행동들을 루틴으로 심으면 잊을 일 없이 지킬 수 있더라. 지난 몇 달간 루틴을 만들고 수정하고 행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효율화하면서도 훨씬 의미 있게 살 수 되었다.
나의 지속가능한 삶은 능동적인 수동주의적인 루틴으로 시작했다. 물론 취직 후에도 이렇게 살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일단 지속가능한 삶, 행복한 삶을 위한 기반을 닦아놨다고 생각한다. 다음 시간에는 어떻게 루틴을 만들고 지키고 있는지 소개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