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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tus Jan 07. 2024

남들이 뭐라 하던 나만큼은 나를

원초적이고 잔인한 말을 내뱉는 시기를 지나며

초등학생 때 이사를 5~6번쯤 다니며 덩달아 전학을 자주 가곤 했다.

새로운 학교에 가서 적응할 때마다 내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너는 내 모든 걸 다 아는 거야!"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땐 진심은 통할 때도 있고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모를 때. 대개 원초적인 본능을 가진 10대 초반의 인간에게는, 약육강식의 틀 속 사회가 만들어 놓은 위계질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때다. '일반적'이고 '정상'의 범주 밖 인간은 접해본 적도, 접해 볼 생각도 없는 인간이기 때문일까. 나와 다르다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깔깔 거리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친구가 되고 싶어 알려준 나는 수군거림의 현장으로 초대되었다. 비밀을 잘 유지해 주겠다던 그 친구는 여러 여자애들과 곁눈질로 날 바라보며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내고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네이버 카페가 유행하던 시절, 4학년 00반 아이들의 여과 없는 잔인한 현장에서, '그런 귀로 사느니 죽는 게 낫다'라는 말들을 11살의 나이에 보았다.


죽음을 논하니 죽음을 저절로 생각했다. 죽음 앞에 가야겠다는 생각이라기보다, 그 앞에 가면 무어가 있을까를 생각했다. 내 소중한 삶을 감히!라는 생각이 앞섰다. 남들이 뭐라 한대도 나만큼은 나를 소중히 해야지, 부모님이 늘 내게 외쳤던 이야기가 잘 교육되었던 터라 원초적인 그들의 날 선 이야기들은 나를 상처 입히지 않았다. 되려 똑같이 욕하고 있었다. 그땐 그게 괜찮은 방법인 줄.


어김없이 카페에 들어가 날 욕하고 있던 아이들에게 똑같이 욕을 싸지르고 있던 날, 빨간 글씨로 대문짝만 하게 내 욕이 쓰인 것을 아버지가 보고선 교장감과 담임선생님과 면담이 시작되었고 학폭위라는 것의 첫 시발점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시기에 휘몰아치던 폭풍 같던 것들을 폭풍이라 여기지 않았다. 지나가는 바람이겠거니, 못된 아이들의 놀림이겠거니. 시간이 지날수록 폭풍이라 여기는 마음이 커졌다. 생각은 감정을 키운다. 틀린 말을 곱씹을수록 내가 정말 그런 인간인가? 의심할수록 생각이 원인이 되고, 마음속 불편한 감정들이 날로 커진다.


내 마음속 아주 커진 불편한 풍선이 톡 하고 터트려진 건, 외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중학생 시절 한 남자아이의 물음이었다.


"넌 왜 입이 비뚤어져있어?" 


순수하게 궁금해서 질문하는 그 아이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철없고 잔인하고도 무자비한 아이들의 공격을 그렇게도 잘 막아놓고서 말이다.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예쁘고 못생기고를 묻는 게 아니라, 왜 비뚤어진 입을 가지고 있느냐는 물음에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소이증은 비대칭 얼굴을 동반한다. 작게 태어난 귀를 어릴 때 함께 성장시키지 못해 왼 얼굴과 턱의 성장 또한 늦춰지게 하고, 나는 왼쪽 아랫입술의 신경까지 움직이지 않는 케이스였다. 비뚤어진 입은 그렇게 나온 결과였다.


그렇게 잘 쌓던 공든 탑은 무너져 내려 눈물로 땅을 적시고 한 줌씩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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