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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한 사람 08화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 정신줄 놓으니 좋더라니


누가 내게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상황은 뭘까.

내가 다 해 줄게.‘라는 마음으로?

정말 뭘 하려고 하다간 다칠 것‘이라는 경고인가?

무엇이든

내가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어깨에 진 짐을 누가 내려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단 것이 중요하다.


나는 말하자면 투잡 쓰리잡을 뛰고 있다.

소득도 없고 배당도 안 나오는 나만의 일들이다.

퇴근 시각부터가 새 날이다.

아직 뾰족한 수는 없다.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정말 바쁘게- 그게 누구보다 열심히였는지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다뤄 보려고 하는데-, 자연히 많이 피곤하게 지내고 있다가

누군가에게서 ‘아무것도 하지 말 ‘란 말을 듣는 순간

해방감 같은,

굿에서 혼을 놓아 극락으로 보내 준다고 하는 저,

씻김’ 같은 분위기에

그만, 정신줄을 탁 놓았다.


그건 아주 잠시였지만 달콤 쌉싸름한 유혹이었다.

‘나보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


근데 요즘 투잡은 대세 아니었나?

한 가지 일만 해서 먹고살 순 있고?(구시렁구시렁)



실패에 대한 두려움




행복에 대한 유혹보다는 현재 상태가 악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더 강하게 느낀다. (’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슈테판 클라인, 268쪽)


저 산을 넘으면 낙원이고 행복한 날의 연속이 기다린다고 하면

모든 사람이 산을 넘을까?

내 생각은 ‘아니오.‘이다.

산이 높을수록,

산을 넘는 데 걸릴 예상 시간이 길수록

그리고 중요한 것: 산을 넘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일수록

그렇다. ‘산을 넘는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한다.‘

나는 한 표이다.


똑같은 도전과 모험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 반응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목표가 크고 기대치가 높거나 완벽주의 성향인 경우

더 공포에 눌려 손을 못 대는데

목표를 낮추거나 작은 성공 경험을 쌓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완벽주의도 병은 병이라서 늘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시작이 반‘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시작을 해 본 사람이 잘 밀어붙여서 성과를 내는 게

사실이라는 것은

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시작이

꼭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데서 알 수 있다.

단지 그들은 ‘성공적으로 전진’(위 책, 321쪽)했다는

차이가 오늘의 그들을 만든 것이다.


실패에 대한, 그리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모두에게 있다. 그것을 크게 느끼고

유리하고 유익할 수 있는 베팅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 즉 개인차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일을



나로선 그렇다.

어차피 기존 기록을 경신하거나 목표치를 채우거나만 할 수 있다면,

유료로라도 콘텐츠를 구독했고

빨리 지식을 채워 실제 현실에서 적용하는 게

한걸음 빨리 가는 길이고

굳이 내가 모든 일을 다 할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그러니 누가 대행료를 내면 일을 맡아 준다고 할 때

날아갈 듯 기뻤다.

‘삶이 고단하고 피곤한데 어서 맡기고 푹 쉬라고!‘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누가 내 일을 내 일처럼 해 주려고 할까.

결국 유료다, 가입비다, 해서 계약서가 따라오고

금전적 증빙이 들어갈 거다.

그건 내 일을 나처럼 하지는 않을 수도 있는 틈새다.

그들이 해 온 방법대로 구사할 것이고

나는 ‘본인’으로서 선택과 결정만 할 것이다.

즉 그들 방법과 그들 수완의 테두리에서

선택해야 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낯선 일을 해야 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은 기꺼운 편.

나를 대행해 준다면 그것도 새로운 시도라

적극 응했는데 에엥~~ 조건부 수락이 왔다.

‘지금이 아니고 나중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생각을 해 보게 된 것이다.

어차피 내 공이 다시 내게로 굴러왔는데

뭔가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그 하나의 제안과 수락의 경험을

하는 동안 생각이 툭 트이면서 하나 둘이 열렸다.

당장엔 연결되지 않았지만

그들과의 접촉과 어렵게 느껴진 판단을 거치면서

문제를 다루는 자세를 고치게 되었다.

시야를 확보하게 되자, 조급함을 내려놓고

장기적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허투루 가는 시간도 없고 헛 산 인생도 없다.’ 던 말이 생각났다.



혼자 가는 길, 함께 하는 삶



살면 살수록

인생 공부가 격랑을 탄다.

정말 알아야 할 가치는

‘나보다 똑똑한, 당연히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에 관한 것이다.

결국 보폭을 줄이고 걷게 되며

‘겸손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내 할 일을 내가 하는 데는 말했듯이 아무 불만이 없다.

내가 할 일을 누가 대신 해 주는 게 이상하고 불편하게

느껴진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도 가능해진 세상이니 삶을 굳이

혼자 살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도 따라왔다.


때로는 선언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위 책, 322쪽)


나는 남과 함께 하는 삶을 위해

사람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나의 존재를 부인당하지도 않는 삶을 살려고 한다.

모든 일을 꾸준히 하려고,

낯선 일도 겁 없이 해 보려고 한다.


마냥 좋기만 한 사람도 없고, 또

끝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라는 법도 없다.

내가 늘 해 왔던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생각이 바뀌면 인생 자체가 달라진다.

방구석에서 나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들은 정말이지 다양하게 살고 있다.


내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했던 사람은

잠깐 내가 정신줄을 놓을 만큼 매력적이었지만

내가 내 일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즉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남에게 돈 갖다 주고 맡기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느 날 ‘맡길’ 정도로 내가 유능해지고

전방위적으로 통제 가능한 파워를 갖게 되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없게 됐을 때 한두 번

대행을 시켜 보아야겠다. ‘맡김’이 아니라 ‘시킴‘이다.


마음을 결정하고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거나 여전한 매력을 느끼더라도

결국 ‘지금‘ 선택하고 ’ 당장‘ 선언하여야 하는 국면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는 만큼 사는 게 인생이고

내가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선

한 번쯤은 너끈히 ‘선언’할 수 있는 확신의 순간이 온다.

좀 흔들리겠지만 그래도 전진하지 않을까?

작은 걸음으로 겸손하게”(위 책, 321쪽) 간다면?


어젯밤 택시에 안경을 흘리고 내렸다.

몇 번을 잃었다가 찾았었는데

이번에는 새로 구입해야겠다.

‘사진’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친구(안경)와 함께 한 날들의 사진 말이다.

그러니까 충분하다. 오래도 썼다.



많이 마시면 취한다고 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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