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Jun 09. 2024

48. 내 생각은 안 해요?

- 우리는 같이 가지 않는다.


글을 쓰려고 할 때면

이런 마음과 이런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지,

글로 썼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해석할지

걱정이 앞선다.

사실 글을 쓰는 것이 쉽지가 않다.

어떤 날은 ‘오늘은 도저히 마인드 셋이 안 되고

글쓰기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느껴져서

수요일 저녁 8시와 일요일 오전 8시로 작정한 글 발행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고

나 자신을 설득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이

‘발행’ 버튼을 누르고 있게 되는 일이 47회가 있었다.

48번째 오늘은 ‘시작이 반’이라 했겠다,

다시한번 마음을 털어보려고 한다.





한쪽이 강하면 기울어진다.



한 쪽 사람이 모든 면에서 앞선다면

다른 한 사람은 끌려가는 수 밖에 없다.

성별, 나이, 경력, 재산도 차이가 나겠지만

무엇보다 정신력의 우세는

인간관계의 상하좌우를 틀어놓는다.

오죽하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이 나오며

한번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이

아마도 또 당할 위험이 높을 수 있다.

사람을 만나서 일도 같이 하면

사람이 혼자 있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일의 능률이나 전개도 빠르고 좋아진다.

그래서 일하다가 눈을 맞추고 마음이 맞으면

덤으로 사람을 잘 알게 된다.


그런데 거꾸로의 경우, 즉 일하던 괸계에서 갈등이 생기거나 맞지 않는 부분이 커져서 사이가 틀어지면,

관계도 일도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사람을 잘 만나랬지.’ 는 뒤늦은 후회일 뿐이다.


자기한테 선택권도 없고 배분도 불리하며

상대가 나를 고려하지 않고 일을 갖고 온다면

그걸 진작에 알아채더라도 관계가 한번 설정되면 잘 빠져나오질 못한다.

그게 눈을 가리고 안 보이게 만드는 관계의 속성인데

거기에 믿음이니 애정이 끼어 있으면 영낙 없다.


정신력에서 ‘을’인 사람은

자신이 얻어 가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일도 잃고 사람도 잃는다는 걱정에 불이익한 관계를 끊지 못한다. 그래서 손해를 키우는 것이다.





‘액자 효과’를 사진 찍기에 쓰면

사진은 잘 나와 보이지만

진짜 풍경을 찍은 게 아니다.



내가 사진을 찍을 때

주로 차창이나 집의 창문을 활용(?)한다는 걸 알았다. 아래는 커버 사진이다.


카페 안에서 밖을 보고 찍은 사진들이다.

모두 창문 틀을 사용해서 사진이 액자에 들어간 것처럼 꾸며져 보인다. ‘액자 효과’라고 말한 것은 심리학 용어의 ‘프레이밍 효과’를 떠올려서이다.

물이 반 컵만 남았다고 할지, 물이 반 컵이나 남았다고 할지에 관한 문제 말이다.

표현 방식에 따라, 즉 어떤 틀에 넣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사람의 결정이 달라진다고 했었다.


틀이 좋으면 사진 속 픙경도, 관계 내의 사람의 상태도 좋아 보인다. ‘우린 이렇게 하기로 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그것은 강한 사람이 정해서 끌고 가 버린다. 사실은 틀을 빼고 봤을 때 풍경도, 사람이 실제로 갖는 느낌도 별로일 수 있다.


있는 그대로를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사진들이 쌓여있는 휴대폰 앨범을 보면서였다





억지로 되는 것은 없다

사람 마음도 그렇다



“뭐가 문제냐?”고

묻는 사람은 대개는 문제 발생 요인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A도 해 주었고 B, C도 제공했으며 결국 나같은 사람은 없다.”는 게 요지다.


그걸 듣는 마음의 약자 ‘그래 힘들었겠다.’라고 생각하며 불만을 집어넣는다. ‘말해 봤자 통하지도 않아.’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잘 액자에 담아 포장하면 좋은 그림처럼 보인다.

물론 좋은 그림이 아니다. ‘좋은 그림이에요.’라는 생각을 하면서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긴 인생에서 짧은 만남을 수없이 되풀이한다.

사람이 사람을 버릴 수 없어서 끌고 가는 경우도 있고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속고 만나는 경우도 있다.

내 마음과 똑같다면 무슨 문제도 없겠지만

대개 인간은 자신의 셈법으로 인생을 살고 사람을 다룬다. 강하게 어필하면 누구든지 물러나려고 한다.


너무 많이 물러섰다. 외로움이 컸다.

원치 않는 관계란 대부분이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나타난다.

“내 생각은 안 해?”라고 뒤늦게 물었지만

답은 벌써 나왔다. 안 한 것이다.


혼자 처리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불리한 관계를 양산하지 않았는지,

그래서 힘들어진 면은 더 많지 않았는지

물어본다. 내가 나에게 꼼꼼히 묻고 진단했을 때

“너에게 할 말이 없다.”고 말하고 자신의 울타리로 돌아간 사람들이 내게 준 것 그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


내겐 내가 있으니까.


이제 좀 든든하다.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까 그런 것 같다.


(오늘 글쓰기 끝~!)




작가의 이전글 47. 제가 빨리 해 드려야 되는 거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