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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념테이프 Jan 07. 2024

목표는 작게, 소소한 즐거움을 좇으며 살기

2024년은 조금 더 신나게 살기를



작년 한 해는 집 밖으로 거의 안 나가고 지낸 것 같다. 자기 계발을 시작하느라 집에서 영어 연습, 독서, 글쓰기 연습을 하면서 지내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게다가 막내가 1학년이 되고 나니 차차 혼자서 하교를 하고 친구들과 놀이터로 놀러 나가면 나는 할 일을 마무리하고 20-30분 뒤에 놀이터로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내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에는 열심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 ”엄마가 바쁘니까 혼자 하고 있어~“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아이들도 할 일을 스스로 하는 연습도 필요하지만 아이들과 여유롭게 같이 소파에 앉아 책을 읽어준다거나 보드게임을 하면서 깔깔거리고 웃는 시간을 보낸 기억은 잘 떠오르질 않는다.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 각자의 성장을 조금씩 해나갔지만, 때때로 참 재미없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작년 11월부터는 한 해를 돌아보았는데 반성이 많이 되었다.


성과를 위한 목표는 소소하게 만들고, 그 작은 성과를 이루어낸 성취감은 만끽하고 싶다. 육아서적에서 숱하게 말하기를, 아이들의 학습이나 습관을 만들기에서의 목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작게 잡고 시작하라고 했는데, 왜 그러는지 정말 100% 체감으로 이해했다. 1년 동안 내가 지치지 않고 슬럼프 없이 자기 계발을 해왔던 것은 작고 명확한 목표 설정이 있었고, 그렇기에 루틴 화할 수 있었으며, 그 루틴을 매일같이 실천했기 때문에 습관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학습에 있어서, 또는 어떠한 성과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함에 있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습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의욕이 생겨야 자신의 상황이나 수준에 맞는 목표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제야 아이들의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1년을 살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아이들의 학습에서는 나는 한걸음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나 자신의 성장에 집중해 왔다. 아이의 공부는 아이의 몫이므로 나는 기본적인 지원만 하기로 했다. 여기서의 기본이라 함은 가정마다, 부모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우리 집 경제적 상황과 내 인생의 육아관의 우선순위를 잘 생각해 보고 결정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보니,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숙제했니 등의 잔소리가 많이 줄었다. 잔소리가 줄어드니 일상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좀 더 늘어났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떠들기도 하고, 줄넘기 학원에서 다음 주에 심사가 있을 예정인데 열심히 연습해서 심사에서 통과하고 싶다는 등 물어보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의 목표나 감정을 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 대화를 바라왔기 때문에 요즘 나는 아이들과 꽤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깔깔거리고 웃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 딸과의 사이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하고 싶은 것들은 참 많다.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 해외여행도 가보고 싶고, 제주도에서 보름이라도 살아보고, 박물관도 많이 가보고 싶지만 이런 것들을 목표로 세운 후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우울해지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당일치기로 나들이를 다녀오고, 안 가본 지역에 놀러 가서 길거리 음식도 먹어보고, 인생 네 컷을 찍으면서 우리의 추억을 남기고, 같이 영화 보면서 팝콘 먹는 그런 일상을 꿈꾸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삶에 감사함을 느끼고 싶다. 더 많이 가지지 못함에 내 신세를 원망하지 않고 지금 이렇게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유 있게 지내고 싶다.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가벼운 말들과 목소리로 금세 흩어져버릴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우아하고 교양 있는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 그리고 그 우아함 안에서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고 싶다. (이것 자체가 너무 뜬구름 같은 큰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도 구체적으로 말할만한 나만의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아이들이 방학을 맞이할 때마다 내가 방학 계획을 세웠다. 어떤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가이드할 것인지, 어떤 책을 읽힐 것인지, 어떤 박물관에 갈 것인지를 내가 알아보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아이들의 생활에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것을 그만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계획을 스스로 세우라고 하고 테이블에 모여 앉아 각자의 계획표를 작성했다.


그중에는 도서관 가기, 산책하기, 운동하기, 보드게임하기, 영화 보기 등도 있지만 아침의 두 시간 정도와 학원 스케줄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빈칸이다.


지금은 실패해도 괜찮다. 아이들이 방학 계획표대로 실천하지 못해도 실패가 아니고, 목표한 것을 다 채우지 못해도 그것은 단지 연습하는 과정이다. 실패를 한다면 차라리 더 일찍 어릴 때 경험하는 것이 낫다.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자신이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그다음 단계를 어떻게 세우고 전진할 것인지를 연습하는 과정을 더 소중히 여길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더 많이 실패하고 경험하도록 격려하고 응원할 것이다.






아이들의 학습 대신 삶의 소소한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대해 실천가능한 목표를 생각해 보았다. 그중 하나로 평소보다 30분을 더 일찍 식사 준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나는 식사 준비가 하루일과 중 가장 귀찮게 여겨지는 일 중 하나인데, 항상 식사시간이 코앞에 닥쳐서 준비를 하려니 마음은 급하고 아이들은 이것저것 요구하는 상황이 성가셔서 나는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하기도 했는데, 이제부터는 30분만 먼저 주방으로 들어와 준비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냉장고에서 시들해져 가는 재료들도 버리기 전에 살려서 먹을 수 있겠지. 30분의 시간 투자로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엄마의 손맛이 깃들여진 음식을 먹일 수 있겠지.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으로 자란다. 사랑을 많이 받아본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뿐만 아니라 중년, 노년이 되어서도 자기의 삶에 감사함을 느낄 줄 알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갈 능력을 키워나간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어른을 만들기 위해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 중 가장 쉬운 방법은 정성 가득한 음식을 차려 먹이는 일이다. 내가 올해 노력할 일은 최대한 자주 아이들에게 행복함과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칭찬해 주는 일. 아이를 성과나 한 일로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존재 자체를 사랑스럽게 여기고 표현하는 일. 그리고 최대한 자주 웃는 것들이다. 좀 더 세상을 넓고 길게 보고 작은 일 하나에 일희일비하면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최대한 덜 타고 즐거운 순간을 더 많이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지. 아이들이 언제나 지금처럼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므로.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삶을 살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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