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노화 스트레스 검사
아무리 검사를 해도 딱히 질병은 없다.
하지만 내 몸은 힘들어서 정말 말 그대로 죽을 지경이었다.
딸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항노화 스트레스 검사를 했었다.
지난겨울의 일이다.
항노화 스트레스 검사라고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은 부신호르몬의 상태를 보는 검사다.
예상대로 바닥이다. 이미 부신기능저하라는 진단을 받은 지는 몇 년이 지났다.
나름 그래도 부신을 살려 보겠다고 영양제도 챙겨 먹고, 노력을 했으니까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
솔직히 있었다.
결과는..
더 나빠졌다.
이미 번아웃 상태라 부신 호르몬이 안 나오는 상태라고 한다.
아무리 영양제를 먹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도 내 부신은 정직했다. 내가 스트레스 관리를 못했다고 증거를 들이민다. 내 호르몬 나이는 지금 내 나이보다 13.8세가 많단다.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것도 대견한 일이다 싶다.
부신 기능 저하는 피곤과 무기력이 가장 힘들다.
특히 오전 10시쯤의 피곤은 견딜 수가 없다. 오후 3~4시 사이의 피곤, 그리고 밤 9~10 시 사이에는 하루 중 컨디션이 가장 좋아져서 살 것 같은 느낌. 부신 기능 저하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각종 소화기 질환, 피부 질환, 심혈관계, 혈당, 우울감, 집중력 저하 등의 정신적 증상까지 다양한 병의 원인이 된다.
부신 기능 저하에는 카페인이 독약이다. 알면서도 가끔 카페인에 의존했던 것도 상태가 더 나빠진 이유가 아닐까 싶다.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도 할 수 없을 때 검은 보약 커피 한 잔이면 나는 원더 우먼이 된다.
역시 당분도 부신 기능 저하에 피해야 할 품목이다. 문제는 부신 기능이 안 좋을수록 단 음식이 자석처럼 끌린다는 거다. 혈당 문제까지 있으면서도 아이스크림이나 빵을 끊지 못하는 이유다.
의사는 부신 기능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첫 번째라고 강조한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내 삶을 망가뜨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떻게든 견디고 살면 살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냥 버티고 살았던 결괏값이구나 싶다.
부신피로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단다. 문제는 부신피로 환자들은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배우고 싶은 일도 많은 열정이 있었다.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일이 없어졌다. 나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사실 부신피로 환자들이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 나의 이런 무기력이 부신피로 증상 때문인 것을 알고는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부신에 필요한 영양제는 그대로 챙겨 먹기로 했다.
의사는 스트레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깊은 호흡을 추천했다. 거기에 내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끌리는 것이 있으면 일단 시도해 보는 삶의 변화와 즐거움을 만들어 보란다.
무엇을 해야 나를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 있을까?
억지로 하는 것은 또 부신에 부담을 주고, 정말 내가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데..
무기력한 상태로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