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신 회복에는 잠이 필요하다.
잠이 보약이라는 어른들 말씀이 진리였나 보다.
부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잠을 잘 자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잠자기에 올인을 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 잠을 잘 자본 기억이 없다.
자는 내내 주변에서 하는 말뿐 아니라 모든 상황을 듣고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그림같이 잔다 했다. 사실은 깊은 잠을 못 들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당연히 자고 일어나도 하루 종일 힘들고 피곤하다.
자고 나서 개운하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당연히 낮에 피곤하니 잠을 안 자도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다. 뇌가 침대를 자는 장소로 인지하지 못해서 불면이 되는 이유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
자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면의 질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은 내가 조절할 수 있지만 수면의 질, 숙면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요양원 일을 그만두라는 의사의 말은 잠 때문에도 이유가 있었다. 6일 주기로 일을 하기 때문에 2일은 야간 근무를 해야 한다. 교대로 자야 하기 때문에 그냥 제대로 못 잔다고 보면 된다.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내 고집에 의사는 집에서도 요양원 야간 근무 시간에 맞춰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맞추라는 조언을 했다. 수면 주기를 맞추기 위해 쉬는 시간을 바꾸지 않았으면 하는 도움을 구했다. 요양원은 야간 근무 때 쉬는 시간을 한 달 주기로 바꾸기 때문이다. 나름 공평을 위해서다. 대신 내가 나눠서 자는 쪽잠 시간을 택해서 다른 동료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했다.
매일 9시 전에 자리에 눕는 원칙을 정했다.
잠자리에 들기 두 시간 전에 멜라토닌 2mg을 먹고, 한 시간 전쯤에 마그네슘 500mg과 테아닌 150mg을 먹어서 최대한 몸을 이완시키도록 한다.
수면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을 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서 편한 잠을 유도한다는 귀마사지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거라는데..
자고 일어나도 몸이 무거우니 잠이 깨도 바로 일어나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바로 일어나지 못한다면 차라리 잠이 깨면서 바로 스트레칭을 하기로 했다.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면 일어나서 활동할 정도가 된다. 잠을 못 자도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면 다시 자는 시간이 맞춰진다고 한다.
자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도 버려야 하는데..
아직은 잘 안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거의 습관을 버린 것 같다.
너무 힘들면 견디기 위해서 마시던 커피도 접었다. 가끔은 달달한 라테가 먹고 싶어 먹었던 디카페인까지도 접기로 했다. 대신 히비스커스가 들어 있는 차를 마시는데 새콤한 맛이 피곤을 해소하는데 약간은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여러 가지 노력을 하면서 확실하게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며칠 전에는 밤에 폭우가 내리는 것을 모르고 잤다.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다.
아직은 입면 장애가 심하지만 예전보다는 시간이 많이 짧아지고 있다.
나이 들어가며 뭐가 나아질까 했었다.
이런저런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잠 보약을 먹기 시작한 것 같다. 멈춰버린 내 부신이 부활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솔솔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