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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Apr 02. 2024

돈! 돈! 돈!

내 하루 일당은 10 만원

이거 내 이틀 치 일당이야.

정확하게 말하면 이틀 치 일당이 넘어.


치과에서 돌아오는 내내 말이 없는 나에게 딸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거 깨 먹어서 속상해서 그래?

이틀 치 일당을 어이없게 날렸다.

하루 10 만원이 체 안 되는 일당이다.

교정 장치를 다시 만드는데 20 만원이란다.

이틀을 죽어라 헛 일한 셈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중증이다. 수술을 해도 또 그럴 거라는 말에 포기하고 살았다. 그러다 턱관절 교정을 통해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길을 찾았다. 시술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교정 장치를 계속하고 있어야 치료가 빠르다.  


교정 장치를 하고 있으면 발음이 이상하다.  때만 교정장치를 썼던 이유다. 그러다 빨리 치료를 끝내고 싶어졌다. 낮에도 교정 장치를 계속했다. 먹을 때마다 빼야 하는 것이 귀찮다. 빼서는 씻어 뒀다 다시 한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씻어서 물기를 털다 떨어뜨렸다. 장치가 깨졌다.


어느 정도 비용이 나올 거라 예상은 했다.

 몇 만 원 정도 생각 했었다. 매달 내는 치료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20 만원은 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미 시작한 치료는 끝을 내야 하니까!


요즘 나의 계산법은 내 일당 기준이다.

쳐져 있는 딸아이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줬다.

이거 엄마 반나절 일당이야.

정말 맛있게 먹고 힘내야 돼.

말을 해놓고 아차 싶다.

애가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사람이 참 간사하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 쓰면서는  그러려니 했다.

월급 받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생각이 달라진다.

하루 종일 아픈 허리를 달래 가며 일을 한다.

아마도 그에 대한 대가라 여기기에 돈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는가 보다.


요즘처럼 돈에 대한 생각이 분명한 적이 없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된다 했다.

막상 내 몸으로 일을 하며 돈을 벌어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돈이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다.

내 노동의 대가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내 삶의 한 구간을 증거 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작은 돈도 소중하다.

그래도 기껏 밥 사주면서 반나절 일당 운운한 건 심했다.


어제는 딸아이와 꽃구경을 갔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밥값을 내가 내겠다 했다.

딸아이가 카드를 주며 엄마 반나절 일당이야 했다.

난 엄마보다 배는 더 벌어

육체노동도 아니고.

내가 낼께!

그 순간 이 엄마가 너무 작아졌다.


내 노동의 대가로 받는 소중한 돈이다.

그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

차라리 밥을 사겠단 말을 안 하는 게 낫다.

아직은 월급쟁이 초보라 저지른 실수이길 바란다.


돈에 대한 중심을 다시 바로 잡으려 한다.

돈은 필요하다.

물론 많으면 좋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까!

하지만 관계를 깨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돈은 수단임을 항상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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