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밟지 않은 눈처럼
나의 세상은 한겨울의 깊은 밤이다.
칠흑같이 어둡고, 추운 밤.
주위에 둘러보면 보이는 것이라곤 저 멀리 빼곡한 자작나무 숲뿐이고,
빛이라고는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뿐이다.
그 어떤 발자국 하나 없는 이 눈밭을 걸어가며,
오로지 나의 발자국만을 남긴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얼마나 걸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 걸어왔는지가 보인다.
그런 내 한 걸음마다 얕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이 선명하다.
나의 두 손과 귀는 빨갛게 얼다 못해 점점 뜨거워져 온다.
그래도 좋다.
이곳에는 나만 있다.
온전히 나만 있다.
비로소 나의 소리가 들린다.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
추위에 떨려오는 내 숨소리,
몸 안에서 울려 퍼지는 내 심장 소리.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