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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lyn H Apr 30. 2024

조금은 길었던 전반전이 끝나갈 때

더 스펙타클한 후반전을 기대하면서!

20년을 훌쩍 넘어 25년차로 접어드는 친구, 선배님들을 자주 만나는 요즘입니다.

각자 사연이야 다르겠지만, 커리어에 있어 고민은 너나 없이 바로 새로운(두번째) 입니다. 

직장에 청춘을 다 바쳤는데, 남은 건 약간의 퇴직금과 흰머리 뿐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은 덤이구요.

저도 지금과 같은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언젠가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눈 앞의 현실이 아니다 보니 자주 망각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일에 치여 차분히 마주할 시간이 없어서라고 변명을 해봅니다만, 그렇다고 마냥 덮어 둘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요. 


저와 비슷한 연배의 동료들은 ‘은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50대에 일을 바로 그만둘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새로운 일을 하게 될(혹은 해야 할) 거라는 점 때문이지요. 다만, 이런 주제의 대화가 매번 결론 없이 공허해지는 이유는, 직장 생활을 오래한 분들 중 상당수가 당장 제2의 일을 할 준비가 잘 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뾰족한 대책도 없이 생계와 직결된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멈추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염려가 마음 한쪽에 사라지지 않은 채 날마다 커지기도 하고요. 


저도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한때는 소소하나마 자격증에 도전해보았고, 외국어도 두엇쯤 공부한 바 있지요. 그러나 이런 것들이 앞으로 제 일에 어떤 기여를 할 지는 사실 잘 모르겠네요. 사실 기업에서의 일이란게 누구나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것이기에, 특출난 재주가 없는 저로서는 막막함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 와중에 불안정한 조직 구조, 끝없이 바뀌는 업무 환경도 저의 공포심에 한몫 했고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심적 방황을 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어느 날, 오랜 직장 생활을 끝내고 본인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해보겠다며 자발적 백수가 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긴 대화의 끝에, 그녀는 불안해하는 저에게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했지요.

“뭐가 됐든 일단 저질러야 해. 안그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정말 알아도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지만, 아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기도 하지요. 

결국 실천은 각자의 몫이니까요. 


작년말 약간의 각성을 한 저는 새로운 일을 위한 '준비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게 저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아니면 그저 그렇게 끝날 일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의 저에겐 전에 가보지 않았던 행로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사실이 신선한 일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정보도 얻고 배우는 게 생기니, 그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라는 작은 희망을 느끼기도 합니다. 막연하긴 하지만 나중 일은 그 때가서 걱정하기로 했고 우선은 인생의 '새 카드' 하나를 더 받은 기분을 만끽하려구요. 

가끔 이런 만용에 가까운 대책없음이 도리어 용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생의 전반전을 거의 마무리하고 반환점을 돌고 있는 분들, 모두 힘내서 후반전 완주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아마 전반전보다 훨씬 더 흥미로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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