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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lyn H Mar 12. 2024

리더의 세가지 자격 조건

B급 조직에 속하고 싶진 않아서요. 

‘리더 여러분,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어느 조직이나 아무리 평등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고 해도 ‘리더’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사업을 이끌며 중요한 의사결정과 구성원에 대한 평가를 맡고 있기에, 조직 내 그 누구보다 우리는 누가 리더인지, 그리고 자격은 갖췄는지를 따지게 되지요. 

능력은 물론 인품도 훌륭한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안타깝게도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능력이 못 미치는 것 같은데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왕왕 있고, 보기에 따라서는 나쁘지 않지만 자신과 맞지 않으면 좋은 리더로 인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제 커리어 인생에서도 최악의 리더로 (마음 속으로만) 꼽는 분이 있고, 주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제각기 한 명씩은 꼭 있더군요. 


주의해야 할 '못난' 리더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들은 대체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장악력이 낮은 편입니다. 

담당하는 비즈니스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알더라도 겉핥기식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으니 자연히 공부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경영진 보고서에 담길 내용만 알면 된다는 사람도 있었지요. (대표의 예상 질문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각주에 달 수도 없고 외울 생각은 더더욱 없으니, 보고하기 직전 사소한 것까지 컨닝 페이퍼에 깨알같이 적어 가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무척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그 리더에게는 배울 것이 없으니까요. 


그들은 대신 사내 정치에 쓸데없이 민감하고 빠른 정보력에 몰두합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 정치력까지 겸비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지만, 열에 아홉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에 더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끼리끼리 다니며 사내 정보를 수집, 취합, 분석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 가운데는 필요한 정보도 물론 있겠지만, 주로 ‘누군가’에 대한 가십성 정보가 더 많아 보입니다. 가령 새로 취임한 경영진과 대주주와의 관계가 어떤지, 급부상한 분의 신상(스펙, 배경 등) 같은 것 말이죠. 

이런 데 몰두하느라 할 일을 하지 않게 되니, 조직 분위기도 느슨해지기 마련입니다. 리더를 따라 다같이 하루하루 새롭게 쏟아지는 쓸데 없는 정보에 매몰되거나, 시간의 빈틈을 타서 각자도생(?)하거나요.

그 조직은 추진력을 잃고 시류에 따라 흘러가기만 할 뿐입니다. 구성원 누구도 성장하기 힘듭니다.


그들은 구성원의 성과나 역량보다 본인과의 '관계'에 따라 평가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특징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라고도 생각됩니다. 일을 잘 모르니, 누가 성과를 내도 그 가치의 경중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혹은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조직에서도 비슷한 환경을 만들곤 합니다. 본인에게 소위 ‘줄을 선’ 구성원을 편애하는 일이지요. 

그렇기에, 이들은 본인보다 비즈니스에 대해 많이 알거나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구성원을 배척하기도 합니다. (B급 조직론이 떠오르네요) 

이런 조직은 훌륭한 구성원들은 먼저 떠나가고, 불가피하게 생존을 위해 남은 구성원들은 비즈니스적으론 도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됩니다. 성실히 일하던 사람은 상처를 받고 조직 경쟁력은 저하되겠지요.



선후배님들과의 수많은 대화를 복기해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리더의 예는 위의 세가지 특성 외에도 끝이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물론 그걸 여기서 일일이 다 풀자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리더이시든, 앞으로 리더가 되길 희망하는 분들 모두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늘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조직 내 인간의 유형은 그를 둘러싼 외부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모든 일이 그 사람만의 책임이나 탓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조직을 이끌 중책을 맡았다면 다른 사람의 인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오른 것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일과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률적으로 특정 유형의 리더십이 옳다고도 생각하진 않습니다. 

각자 개성이 있고, 조직과 비즈니스의 성격이 다르기에 리더십도 유연하게 만들어가야 하겠지요. 

다만, 어떤 리더십을 펼치든 반드시 일의 본질에 대한 파악, 늘 배우려는 겸손함,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공정함은 잃지 않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도 그리 훌륭한 리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세 가지는 늘 잃지 않으려고 마음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요즘 ‘보직’을 맡고 싶지 않다는, 즉 책임을 지는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들었습니다. 리더가 되는 것이 나쁜 일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믿고 따를 수 있는 좋은 리더가 많다면, 저절로 그를 워너비 삼아 열심히 배우고 일하는 구성원들도 많아질 겁니다. 솔직히 리더의 자격은 이런 것이다, 라는 천마디의 교육보다 훌륭한 리더 한 명만 있어도 모두 알게 되니까요. 


리더는 벼슬이 아닙니다. 단지 연차가 쌓였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리더가 트렌드이니 무조건 어린 친구들에게만 맡길 일도 아니고요. 나이를 떠나, 그 일을 맡길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걸 잊고 있는 조직들이 유난히 자주 눈에 뜨이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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