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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lyn H Apr 02. 2024

바로 지금입니다. 공부할 때!

늘 공부하시는 분들은 스킵하셔도 되요.

유독 개편이 잦고, 턴오버도 심한 조직이 있지요. 

일년 내내 온갖 루머가 쉼없이 돌면서 조직은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못 느끼는 인력들은 결국 실망감을 안은 채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가기도 합니다. 

힘없는 가련한 직원들은 딱히 뾰족한 수 없이 혹은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어쩌지 못하는 덫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입니다. 해결책 없이 지리멸렬하게 하루하루가 죽어가는 느낌마저 들기도 하고요. 맡겨진 일은 그간 쌓인 내공으로 그럭저럭 하고 있지만, 신선함과 호기심은 사라진지 오래고, 오늘의 조직이 내일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심할 경우 존폐여부까지) 알 수 없다 보니, 동기부여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한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출처 불명의 정보(루머)를 공유하거나, 신세 한탄을 하거나, 이/퇴직하는 다른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업무 시간을 채우기도 하지요. 


얼마전까지의 저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도 덫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그러다 작년에 충동적으로 떠난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예상치 않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일정에 대한 계획도 없이, 그저 잠시만이라도 일과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막연함으로 떠난 여행이었거든요. 

주로 쿠알라룸푸르에 머물렀는데,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숙소와도 가까워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방문하기 전 말레이시아에 대해 아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바로 이 건물에 대한 것이었어요. 누가 얼마나 걸려, 어떻게 완공을 했는지. (페트로나스 타워 (naver.com))


저녁마다 산책 겸 나간 인근 공원에 앉아 건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우리나라 분들이 먼 타국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였을까, 그 긴 시간을 견뎌내다니 대단하다, 같은 소소한 상념에 빠졌습니다. 

그런 상념 속에서 문득 무엇이든 이루려면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매일을 잘 쌓아 나가야 된다는(견뎌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힘들지만 잘 보낸 하루하루는 아마 더 나은 내일로 나를 이끌 것이고, 무료하게 보낸 날들은 그저 흩어지고 말 거라는 것을요. 

언제부턴가 외부의 변화에 흔들리고 뒤틀렸던 한심한 제 민낯을 마주하고는 꽤나 부끄러워졌습니다. 나약함에 대한 수치심과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에 저는 묵직하게 강타당했습니다.


돌아와서는 조금씩 주변을 정리하고, 해야 할 것과 말아야 할 것을 구분했습니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보다 나쁜 습관을 걷어내는 것이 에너지가 배로 든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가령 사무실에서는 일 이외의 잡담이나 티타임을 줄이고, 스케쥴 최상단에 두던 점심 약속도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굳이 먼저 청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전과는 다른 패턴으로 살자는 다짐이 실천으로 바뀌면서, 8년 간 한결같던 출근시간도 1시간 앞당겨서 하루를 조금 일찍 시작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퇴근도 평소보다 빨리 맞이하게 되니 한결 저녁 시간이 여유가 생겼지요. 이렇게 사소하지만 하루의 패턴을 달리 디자인해서 생활해보니, 차츰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하루 이외의 여유가 되는 시간에 최대한 오롯이 저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재설정했습니다.

가령 점심 운동을 하고 산뜻하게 오후를 시작하기도 하고, 퇴근 후 집에서 멍하니 OTT 들여다보는 시간도 가급적 경계했습니다. 무의식이 무서운 법이니까요. 대신 평소 호기심만 있던 분야의 책이나 아티클을 찾아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읽은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글로 정리해보기도 하고, 이렇게 브런치도 시작했구요. 

이제는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훗날 기회가 되면 따로 하려고 합니다) 

물론 공부 좀 하는 것으로 당장 인생에서 뭔가를 이뤘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다만 예전보다 훨씬 생산적인 고민들(커리어 개발, 새로운 영역에의 가능성 등)을 하게 되니, 자연히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베짱이 마인드로 살던 사람에게는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지요. 


여러분, 혹시 지금 속한 조직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거나,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꾀할 수 없다면, 일단 공부해보시는 것 어떠세요? 뭐든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꼭 좋아하는 분야를 찾으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그걸로 무언가 꼭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을 허비하지 않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충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꼭 붙잡고 말이죠. 그 마음이 삶을 단단히 지탱해주고, 더 나아가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소중한 마중물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잘 ‘살아 있는’ 나 자신을 확인하게 해 줄 겁니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입니다. 공부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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