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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lyn H Apr 23. 2024

이직 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케바케라 정답 없습니다.  

한번이라도 이직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시다시피 직장을 옮기게 되면, 크든 작든 알아야 할 것이나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일의 본질은 어디나 비슷할지 몰라도, 그걸 만들어내는 과정과 방식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지요.

하다못해 사무실 건물마다 엘리베이터 사용법도 조금씩 다른데, 더이상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가령, 보고서 양식이 다르거나 (동종 업계라도) 내부에서 통용되는 용어가 살짝 다를 수 있어, 사소해 보여도 눈치껏 빠르게 알아두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 광고 에이전시에 근무할 때 알게 된 한 동료는 입사하자마나 영어 단어장마냥 나름의 용어집을 만들어서, 회의 중 모르는 게 생기면 바로 저장해두고 자주 들여다보곤 했었죠. 대단한 정성 아닙니까. 오피스 구조와 유관부서들의 위치, 근태나 점심 시간 활용 양태, 보고서 양식이나 사내 전문 용어 등 물리적 변화나 내부 규칙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익숙해져서 그리 문제되지 않습니다. 어지간하면 다들 빠르게 적응한다는 의미지요. 

그러나 (비공식적) 조직 문화, 특히 소속 부서의 내밀한 분위기가 본인과 심리적 상충이 발생하는 것인 경우, 수용하기까지 오래 걸리거나 결국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남기도 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 개인에게 상당한 오픈 마인드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 떄문이겠지요. 


저에겐 아직까지 잘 납득되지 않는 경험이 있습니다. 

이직 후 새로 입사한 곳은 유난히 저녁 회식이 잦았는데, 저도 나름 즐거운 자리라면 마다하지 않는 타입이라 거기까지는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팀 회식에 다른 팀(딱히 협업 관계도 아닌) 동료들이 매번 참석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더군요. 저녁 회식인만큼 일하는 동안 하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들(?)도 가감없이 하고 정서적으로도 덜 팽팽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다지자는 것이 목적일진데.

다른 팀(주로 인사팀) 직원들이 배석하여 우리 이야기를 경청하다 간다는 것이 저에겐 '어색한' 그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참고로, 어쩌다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열에 아홉이었지요.


몇 번 이상히 여기다가, 조금 속을 터놓을 수 있다고 믿었던 후배 동료에게 물었어요.

“그런데, 그 HR분들은 왜 매번 회식 때 같이 오는 거야?”

“그 분들요? 원래 참석하시는데... 제가 입사할 때부터 계속 그랬어요. 왜요, 이상하세요?”

“HR동료가 참석하면 분위기상 솔직히 터놓고 해야 할 이야기들도 잘 못하는 거 아냐?”

“흠... 그런가요?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요...”

대화 종료.


누가 옳은지를 가리고 싶진 않습니다. 사실 정답도 없고요. 

다만, 당황의 포인트가 서로 확실히 달랐다는 것에 또 한번 당황한 사건이었습니다.

우선, 그때까지 저는 ‘우리팀’이라는 의식이 강했기 때문에, 팀 회식은 일단 ‘우리’라고 정해진 사람들만의 모임이라고 생각한 반면, 이 팀에 먼저 몸담았던 동료들은 보다 광범위한 ‘우리’가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리고 저는 회식을 간혹 발생하는 인간적 갈등이나 일에서의 어려움 등을 자연스럽게 풀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여겨왔는데, 그들은 그저 즐겁게 (법카로) 저녁 한끼 먹는 자리이기에 누가 배석을 해도 별 상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힘들었고, 내색하진 않았지만 스스로 약간 겉도는 느낌마저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친목을 기반으로 한 그 흔한 내부 정보도 처음엔 별로 저에게 닿지도 않았고, 그저 개인적으로 일만 하다 가는 드라이한 직원처럼 보였을 것 같네요. 이 팀과 상급자들은 일보다 인적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분위기였고, 그래서인지 새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꼬박 "OO씨, 누구와 친해? 잘 알아?"와 같은 (제 입장에선) 이상한 질문을 자주 받기도 했었네요. 이것도 아직까지 이해되지 않는 일입니다만.. 

어쨋든 이직 전 회사의 방식으로 지냈던 저에게 이는 결과적으로 손해라면 손해였습니다.


이 팀에 약 2년간 몸담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다른 팀으로 전배를 하게 되니, 거긴 또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저녁 회식은 물론 점심조차 다같이 하는 일이 드물고 뭐든 각자도생하는 분위기였어요. 팀장과 팀원간, 팀원과 팀원간 동료의식이라는 것이 희박하다는 느낌이었지요. 그래도 주어진 일만 제대로 하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거리낄 것 없어서 나름 빠르게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모쪼록 새 직장에 합류하게 되면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만들어 놓은 주류(?) 문화를 잘 살펴보세요. 

반드시 그 문화를 따르라는 것은 아닙니다. 빠르게 적응해서 스며들든, 따르지 않을 경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우물쭈물 하지 않고 본인의 노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입니다각 회사마다 말로는 다 하기 힘든, 기기묘묘한 비공식적 조직 문화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이 이질적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지는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몫이겠죠. 저는 당황하고 방황하다가 2년을 아깝게 허비했습니다. 여러분은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 조금은 영리하게 주위를 둘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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