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elyn H Feb 13. 2024

헤어질 결심, 나쁩니까?

그게 '신의 한 수' 일 수도 있는데도요?

'평생 직장'이란 현 시대엔 존재하지 않는, 먼 과거의 일이 되었습니다. 

나를 평생(정년까지) 고용해 줄 회사도, 한군데 매여 수십년을 하루같이 다닐 사람들도 사라진 것이지요. 

제가 병아리 시절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직하는 동료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끝까지 함께 할 것처럼 보였지요. 그래서 소위 '한솥밥' 먹는 식구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도 않았고요. 


처음엔 저도 그런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커리어에서의 새로운 길 따윈 고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인정받아 승진하고, 때가 되면 결혼을 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정년까지 일하다가 노후를 맞이하겠구나, 라는 베이직 플랜의 틀 안에서 생활했었지요.  


그러다 '마의 3년'이 도래하면서,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유별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일이 손에 익어가던 즈음 조직 내 나의 위치와 성장 가능성,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는, 그 모든 불확실성을 깨닫는 순간부터 혼란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감'은 있어도, 그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차분하게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참 부끄럽게도. 사실 생각이란 것도 깊이 자주 해 본 사람만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지요. 


저의 최종 선택은 어찌보면 조금은 충동적인 것이었습니다. 그걸 '직관'이라고 말했지만요.

솔직히 그 때의 저는 커리어는 보잘 것 없고, 내세울 전문 분야도 없으며, 의지할 만한 네트워크도 전혀 없는, 그야말로 가진 것 하나 없는 나이 든 언니에 불과했습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고민은 했으되, 딱히 길게(깊게) 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결론은, 어차피 비빌 언덕 없다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 나에 대한 편견이 별로 없고, 기회가 주어질 낯선 곳으로 갈 수 밖에 없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절 모두가 영어 능력을 개발할 때, 저는 취미로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실력이랄 것도 없는 초급 수준이었기에 어디 써먹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재미삼아 했을 뿐인데, 그게 작은 계기가 되어 '중국행'을 선택했지요. 


고민을 짧게 마친 후, 딱 2가지를 확인했습니다. 통장 잔액과 어학연수 비용. 

다음날, 회사에 퇴직 의사를 밝혔더니 대부분 의아해 하시는 눈치였습니다. 경쟁사나 비슷한 대기업으로의 이직도 아니고, 대관절 생면 부지의 땅, 중국으로 가겠다니. 말리시는 분도, 행운을 빌어주는 분도 있었습니다만, 어느 쪽이든 저의 과감함에 놀라셨던 것 같네요. 


중국에서의 일은 앞으로 차차 기회가 되면 이야기 드리겠지만, 좌충우돌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던 시기이자, 성장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원하던 커리어 전환을 했고, 그 덕분에 직급과 (적지만) 연봉을 함께 올릴 기회도 얻었고요. 



직장 생활을 무탈하게 하다가, 커리어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에 놓이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결정을 하기가 힘들수도, 그 결정이 가져올 변화가 두려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돌파구가 없을 땐,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나갈 수 밖에 없으니 앞뒤 잴 수도 없고,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절박함을 연료 삼아, 결국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현지에서 커리어를 차근차근 쌓다가, 그 이력을 기반으로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저의 사려 깊은 동생이 스치듯 한 마디를 건넸습니다. 

"누나, 돌이켜보니 그 때의 결정은 '신의 한 수' 였어." 

혹시 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꼭 '마음의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 보세요. 

정답은 본인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여러분도 커리어의 길목에서 '신의 한 수'를 두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건승하세요~! 

이전 14화 이직하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