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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참 별로다'라는 말이 참 별로인 이유

by Kaelyn H

언젠가 미팅 중.

보스의 이야기에 몇 번 반대 의견을 냈다가 두고두고 주홍글씨를 달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맡겨지는 일은 점차 중요도가 낮은, 소위 '광팔이'가 되지 않는 허드렛일들로 바뀌었지요.

분명히 느껴졌지만, 참을 수 있었습니다. 성과를 발판으로 한 입신양명에는 큰 욕심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제 감정을 건드린 것은 보스가 에둘러 말한 한마디, 저에 대한 비아냥이었습니다.

"누가 이야기하면 이러저러해서 안된다고 하는, 부정적인 인간들... 난 참 별로더라."

눈을 맞추며 '네 이야기야, 알지?' 라는 그 표정과 말투, 회의실의 분위기 전부를 잊지 못합니다.


무슨 아이디어든 이야기해도 상관없지만 (다른 이가 지적한)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해보자'는 보스는 좋은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고 적절히 수용하면서 스스로 생각을 다듬고, 그래도 꼭 해야 할 이유를 구성원들에게 설득해서 '함께 해보자'고 하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일 겁니다. 제 기억에, 그 날 제가 반대한 이유는 보스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원천 기술의 성숙도가 현저히 낮았기에 바로 실행에 뛰어들기보다는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물론 무엇이 옳은 태도인지를 가리자고 꺼낸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조직에선 불가피하게 시쳇말로 '까라면 까는 시늉이라도' 하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보스가 우리에게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매번 일일이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도 없겠지요. 그러나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틀린 것으로 치부하고, 나아가 상대를 은근히 비꼬고 폄하하는 보스 역시 저에겐 상당히 '별로였습니다'.


그 후로 조직에서 오랜 기간 생산적인 의견을 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천성적으로 남과 부딪히는 것을 싫어하는 탓도 있지만, 용기내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오히려 제게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으니까요. 물론 그것 때문에 제 자존감이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부질없다'는 일종의 무기력함으로 마음이 조금 흐려진 것은 부정할 수 없겠네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평가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간단하지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 특정한 편견을 갖고 있고, 때로 이해의 폭이 넓지 않을 수 있으며, 그저 싫은 감정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조금만 주의를 더 기울이고 노력한다면 분명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지 않을까,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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