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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늬 Moon Feb 06. 2024

안다니에게 선생님이

브런치 체험 4. 사전을 찾으며

나는 내가 계획한 여행만 다닌다. 자유여행, 준비단계를 아주 즐긴다. 여행으로 얻은 것들이 무척 많기에 그 이야기는 아껴두고 있는 참이다. 그런데 여행만큼 커다란 배움을 주는 선생님을 마주하게 되었다.


브런치 글에 나 스스로 안다니 기질이 있다고 털어놓으려다 멈추었다. 안다니,라는 말을 쓰려고 사전을 찾아보다가 흠칫했다. 부끄럽지만 이 말을 비속어라 느끼거나 사투리알고 써 왔던 터라 버젓한 우리말이라는 대목에서 놀랐다. 찾아보길 잘했다.


국어교육과에 다니던 시절 여러 핑계로 국어대사전을 비롯해 사전류를 3권이나 샀었다. 이나!라고 쓰는 이유는 넘친다. 많은 책에게 그랬듯 사전들 역시 구입 때의 다짐은 오간데 없어졌다. 내용들이 내 생활에 스며들지 못한 건 당연했다. 당시 국립대 등록금 절반 가까이의 거금을 들였는데도 말이다. 월급쟁이도 아닌 부모님께 얻어낸 돈으로 샀다는 죄송함의 크기 정도만 활용했다고 고백해 본다. 데스크톱 본체보다 압도적이던 부피는 책장 한 줄을 가득 채워 졸업 전부터 점차 짐이 되어갔다. 먼지 쌓여 버려질 때까지의 십여 년 동안 어느 정도의 말들을 내 삶에 들였을까 생각하니 후회가 밀려온다.

나는 안다니 기질도 좀 있고 끈기도 부족해서 책을 끝까지 잘 읽지 못한다. 분명 집안 상당한 공간을 책꽂이와 책, 책상에 내어줬는데도 제대로 쓰지 못함이 부끄럽다.

 읽기를 게을리 한 이가 자기의 글쓰기를 세상에 내놓으려니 걱정도 많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일부러라도 몇 개의 낱말들을 찾거나 확인하려 한다. 딱 사전 3종을 구입한 직후나 버리자 마음먹은 시기만큼의 빈도와 정성이다. 사전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모든 연령에게 참 좋은 선생님이라 생각하는데도 이 정도에 머무른다. 그나마 스스로 안다니 기질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점, 그래서 사전을 여전히 찾아보려는 마음을 되새기는 점이 오늘의 작은 성과다.


안다니 기질에 대해 한 가지 더 실토하자면 어디선가 유해하거나 바르지 않다고 본 것들은 살아가며 거르려고 애쓴다. 안다는 것을 실천한다느니 하는 내적 핑계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건강뿐 아니라 기업윤리나 복지 등 이유도 다양하게 내 마음에 쏙 드는 회사가 없다. 그런 이유로 다음도 카카오도 아쉬운 마음을 가지던 차에 브런치를 만났다. 겁도 없이, 뽑아준 은혜도 모르고 생각한다. 브런치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가 있다!


ㅡ다음 연재에서 계속ㅡ

#브런치#글쓰기#다음#등록금#책장#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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