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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an 23. 2024

실업 인정 교육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실업 인정을 위해서 고용 센터에서 실시하는 출석 교육 참석했다. 교육장은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 청년부터 정년이 다 되어 가는 중년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앞줄에 빈자리를 찾아 앉고는 새로 준비한 노트와 팬을 꺼내 들었고 배포된 교육 자료를 훑어보았다. 


나는 회사에 다닐 때 교육 사업을 담당했었던지라 나름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년간 다수의 교육도 진행해 보았고, 또 학습자가 되어 다양한 교육에 참석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경험해 왔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고용 센터의 교육 분위기에는 전혀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매번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교육해서인지 강단에 선 젊은 강사는 고용보험 제도와 실업 급여 지원 체계 등을 기계적으로 설명하고는 이내 교육을 마무리지었다. 감흥이 없는 지극히 딱딱하고 무색무취한 교육이었다. 


이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실직의 상처를 받은 의기소침하고 나약한 사람들일 텐데 실직자를 위한 첫 번째 교육에서 위로나 격려의 말 한마디 없이 앵무새처럼 자료만 읽는 강사의 모습에 매정함이 느껴졌다.


그건 그렇고, 강사는 금년부터 고용보험 제도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실업 급여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실직자들이 기존보다 더 많은 회차의 구직 활동을 해야 하고 이에 대한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과거의 경력을 살린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더욱이 나이 많은 사람의 채용을 꺼려하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과거 우리 팀에서 필요로 하던 인력을 채용할 할 때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느새 나도 우리나라의 평균 퇴직 나이에 다다랐다. 


과연 이런 날 받아 줄 회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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