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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에서 자유를 찾는 법

by 루케테


우리는 정말 자유를 원하는 걸까


솔직히 말해봅시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확실성을 원하는 건 아닐까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서 불안해"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변화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흐름을 파악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워서 안전하게 살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자유일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체크해야 할 뉴스레터 목록이 열 개쯤 됩니다. 업계 동향, 경제 분석, 기술 트렌드, 인구 통계... 다 중요해 보입니다. 안 보면 뭔가 놓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일 한두 시간씩 읽습니다. 그러고 나면 뭔가 알게 된 것 같지만, 동시에 더 불안해집니다. "아, 이것도 준비해야 하고, 저것도 배워야 하고, 저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구나." 이게 자유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강박인가요?


저는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때로는 가장 큰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물론 무지한 것보다는 아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를 끝없는 공부의 쳇바퀴에 가둡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이 알수록 더 많이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래서 더 불안해집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네, 맞습니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 욕구, 경제의 근본 원리, 관계의 작동 방식. 이런 것들을 이해하면 표면적 변화에 덜 휘둘립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본질을 파악할 도구가 넘쳐납니다. 데이터도 많고, 분석도 많고, 전문가들의 통찰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을 파악하는 것과 본질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것은 다릅니다. 전자는 자유를 주지만, 후자는 오히려 부담을 줍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것이 부동산, 의료, 연금에 영향을 미칠 것도 분명합니다. 이 정도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정확히 언제, 어떤 지역에서, 얼마나 큰 영향이 있을지 예측하려 하고, 그에 맞춰 완벽한 대응 계획을 세우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삶이 거대한 리스크 관리 프로젝트가 되어버립니다.


변하지 않는 본질을 아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지식으로 미래를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순간, 우리는 다시 부자유해집니다.


알면서도 내려놓기


진짜 자유는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하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되, 완벽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해방되는 것. 준비는 하되,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는 것.


저는 요즘 이런 실험을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아무것도 체크하지 않는 날을 만들었습니다. 뉴스도 안 보고, 분석 리포트도 안 읽고, 업계 동향도 확인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불안했습니다. "뭔가 중요한 걸 놓치는 거 아닐까?" 하지만 놀랍게도, 일주일 뒤에 확인해보면 정말 중요한 것들은 어차피 제게 찾아오더라고요. 그리고 놓친 것들은... 사실 대부분 놓쳐도 괜찮은 것들이었습니다.


또 하나 깨달은 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여러 길이 있다는 겁니다. 데이터와 리포트만이 답은 아닙니다. 때로는 동네를 걸으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이 더 깊은 통찰을 줍니다.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더 풍부합니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용기


결국 자유는 완벽한 이해나 완벽한 준비에서 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없으며,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서 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모든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대응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을 완벽하게 장악해서 미래를 통제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쩌면 진짜 자유는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충 알고, 대충 준비하고, 대충 살면서도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모든 걸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물론 이건 무책임한 무지와는 다릅니다. 최소한의 책임은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최소한"의 기준을 우리 스스로 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다른 누가 정해놓은 기준, "성공한 사람은 이 정도는 알아야 해"라는 사회적 압박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여유의 기술


결국 자유는 여유에서 옵니다.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몰라도 돼"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 완벽한 계획이 없어도 "그때 가서 생각하면 돼"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 실수해도, 놓쳐도, 뒤처져도 "괜찮아, 다시 하면 돼"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


이런 여유는 무지에서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는 데서 옵니다. 세상의 작동 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에, 모든 디테일을 추적하지 않아도 큰 방향은 놓치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옵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자유를 찾는 법은 어쩌면 간단합니다. 적당히 알고, 적당히 준비하고, 나머지는 그냥 살아가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 그리고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하늘을 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의미 없는 산책을 즐기는 것.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고요? 괜찮습니다. 우리는 모든 변화를 따라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만 잡으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는 우리가 정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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