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진상은 있다

디저트집에는 다른 종류의 손님들이 온다

by 정파이

가게를 시작하고 며칠 안되었을 때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 준비과정을 지켜봤고 가게 오픈 상황도 알고 있는 친구였.

친구는 그날 미용실에 다녀왔고 했다. 경력이 오래된 원장님이 1인 미용실을 운영 이셨단다.


머리를 하며 다를 떨다 내 이야기를 게 됐다고 했다. 장사를 안 해본 친구라 걱정이 되는데 원장님이 조언을 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냐 물단다.

원장님은 곰곰이 생각시더니 다음 말씀을 남겨 주셨다고 한다.

"자기만의 기준을 세워서 거기에 맞는 정도까지만 해라.
손님들의 요구사항이 다양할 텐데 그중에는 과한 것도 있고, 무례한 것도 있고, 해주기 애매한 것도 있을 거다.
처음 장사하면 그런 요구들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본인이 스스로 소진되면 오래 장사하기 힘들다.
내 기준에 맞는 건 해주고 안 맞는 건 안 해줘도 된다.
그러면 안 올 사람은 안 오고 올 사람은 오겠지.
그런다고 안 올 사람이면 안 오는 게 낫다."

이 조언은 장사 외에도 이후 내 인생에 계속 영향을 미다.

누구신지 뵌 적은 없지만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파이집은 규모가 작.
영업시간도 짧.
커피도 안 판다.
대부분은 예약손님이고 방문해도 포장만 해가는 시스템이.
내가 찾은 내 방식이.


무언가를 판매하는 매장에는 어디에나 진상 손님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만 디저트 가게에는 른 종류의 손님들이 존재한다.


파이집은 내가 혼자 운영하다 보니 가끔 베이킹 클래스 하는 줄 알고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있다.

모르고 오신 거니 난 웃으며 정중하게 수업은 안 한다고 말씀드리곤 한다.


"아~클래스도 하시는 줄 알았어요. 아쉽다."

대부분은 이 정도의 말씀을 남기고 돌아가지만 가끔은 생각지 못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오픈 초반에 왔던 어떤 아줌마는 수업은 안 한다는 말에 비웃으며 말했다.

"여기 이 위치에 클래스도 안 하면 금방 망할 텐데?"

'아줌마! 그게 지금 오픈하는 집에 할 말이에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꾹 참고 웃으며 돌려보냈다.

그 아줌마는 나에게 이미 수백의 손님 리스트가 있는지는 모르고 한 소리였 거다.
그래도 자기 요구에 안 맞다고 개업하는 집에 굳이 그런 독설을 날려야 했을까?

"아줌마~ 오겡끼데스까~
저 10년째 안 망하고 잘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망하진 않을 거 같아요~
이젠 받아둔 손님 연락처가 2500개는 넘거든요~"

............

얼마 전에 또 다른 손님은 파이를 사면서 물었.

"여기 파이 진짜 맛있는데... 근데 여기 레시피는 죽을 때까지 혼자만 알다 죽을 거예요? 왜 안 알려줘요?"

음... 이제 40대인데... 죽음을 생각해보진 못했다.

저런 분들은 유명 맛집 가서도 비법소스 공개하라고 할지 궁금다. 내가 만약 클래스를 하면 저분은 얼마를 낼 의향이 있을까?

우리 지역에는 나보다 훨씬 오래 영업한 호두파이집이 있. 거기 사장님은 가게 오픈을 목적으로 배우러 오는 분들한테는 300만 원을 받고 레시피도 알려주고 다른 영업 기술들도 전수해 주시고 오픈도 함께 도와주신고 들었다


몇 년 전 정보라 지금은 더 받으실지도 모르겠. 이것도 그 당시 레시피 하나 알려주면서 너무 비싸게 받는다고 흉보는 어느 손님한테 들었다.


'음... 영업비밀을 300만 원 받고 알려주시는데 비싼가? 그분이 평생을 노력한 결과를 300만 원에 사는 건데 엄청 싼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시피를 요구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베이킹을 배워 본 손님들이다. 그들은 레시피대로만 하면 본인들도 똑같은 품질의 제품을 구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맛있는 디저트집에 가면 레시피를 구하고 싶어 달이다.


그 레시피는 그 디저트집 사장님의 숱한 노력과 시간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냥 쉽게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레시피와는 가치가 다르다. 그 노력의 시간을 몇 푼주고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얄팍한 욕심이 얄밉다.


"베이킹클래스는 전문적으로 수업하는 선생님들이 잘하십니다~
바쁜 영업장 와서 레시피 달라고 좀 하지 마세요~
저는 그걸로 먹고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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