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육아우울증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육아가 힘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애기들을 싫어한 건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예뻤다. 예쁜 거랑 힘든 거랑은 별개인 것을 육아해 본 엄마아빠들은 공감하시리라.
파이집 이야기 중에 우리 애들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나는 딸만 둘이다. 이제 고2, 중2에 올라간다.
첫째 딸은 예민한 성격이지만 감수성이 높아서 엄마에게 잘 공감해 준다. 어릴 때는 낯을 너무 가리고 입이 짧아서 키우는데 애먹기는 했다.
둘째 딸은 사랑둥이 애교쟁이다. 순둥하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서 발로 키운 아이다. 현재는 우리 집에서 댄스를 담당하고 있다.
친정아빠는 아이들 생일 때마다 용돈을 주시면서 똑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착하고 건강하게만 자라거라"
우리 애들은 그 말씀을 충실히 수행했다. 진짜 착하고 건강하기만 하다. 본인들은 외할아버지 말씀을 잘 따른 거라며 으스댄다.
공부 잘하라는 말씀은 따로 안 하셨단다.
친정 아빠한테 담엔 공부도 좀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 달랬다. 아빠는 막 웃더니 그거면 됐다 하신다.
우리 애들은 올해도 착하고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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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을 시작하면서 애들에게 엄마의 부재로 공백이 생길까 두려웠다.
시간의 공백.
마음의 공백.
엄마역할 부재의 공백.
18살이 된 딸과 얼마 전에 수다를 떨다가 그 마음이 놓였다.
어릴 때 동생이 너무 얄미울 때가 있었는데 엄마가 그래도 아기니까 봐주라고 했단다.
그래서 참았는데 초등학생이 돼서도 계속 까불더란다.
엄마한테 언제까지 봐줘야 하냐고 짜증을 냈더니 엄마아빠가 안 볼 때 쥐어박으라고 했단다. 엄마도 어릴 때 한 번씩 외할머니 안 계실 때 외삼촌을 줘패서 기강을 잡았다고....
대신 꼭 엄마아빠 없을 때 살짝 하라고 팁을 줬단다. 걸리면 혼날 테니까.
그래서 우리 딸이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동생을 쥐어박을 찬스가 없었단다.
엄마가 없으면 아빠가 있고
아빠가 없으면 엄마가 있고
도통 기회가 없어서 여태 기강을 못 잡았다며 하소연을 했다.
딸의 장난 어린 넋두리에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둘째가 언니한테 안 맞았다는 것도 다행이지만 아이들이 느끼기에 부모가 늘 곁에 함께였다고 기억해 준 점이 더 고마웠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유년기에 돌봄을 덜 받았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마음에 공백이 생겼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해 왔다. 다행히 아이들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했나 보다.
실제로는 늘 같이 있어 주지 못했는데도....
우리 애들은 착하고 건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