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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당에서 사랑을

by 김바다

불과 어제다. 너와 함께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 있던 게. 나는 별마당 도서관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지나다니는 곳, 이름은 도서관이지만 도서관 같지는 않고 오며 가며 책을 좀 뒤적거려볼 수 있는 곳. 시간을 죽이기에는 좀 별로인 곳..

근데 너랑 있으면 왜 다 영화처럼 아름다워지는 걸까?

어제 별마당 도서관에는 큰 트리가 있었다. 그 옆으로 회전목마, 관람차 조형물이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조명이 화려하게 반짝거리고. 연말은 추운데, 꽃이 활짝 핀 봄과 견줘 보려는 것처럼 불빛을 아주 많이 써서 눈이 부시도록, 눈이 시리도록 밝았다.

사랑하는 너와 함께 있어서, 이 사람들의 다정한 온기를 아무 부러움 없이 따스하게 느꼈다. 네가 밝은 미소로 나를 비춰주고, 지긋이 너그럽게 바라봐주고 다정하게 대해 줘서 나는 너의 사랑 안에서 사랑스러울 수 있었다.

나를 찍어주는 너로 인해 사진기 앞에서 항상 어색하던 내가 장난스러운 포즈를 잔뜩 취하며 당당해지기도 하고 연말의 열띤 공기 안에서도 가장 빛났다.

어제는 자리를 차지하고 너와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네가 내 취향이라고 골라준 책을 장난스럽게 읽다가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버렸다. 어릴 때 읽은 것처럼 활자가 큰 책, 사고를 확장시키고 생각을 해볼 수 있으며 교육적인 양서였다. 나는 그 책을 넘기면서 옆에 있는 너를 잠깐씩 바라보기도 하면서 노란 조명을 느꼈다. 따뜻하고 일렁이는 크리스마스 양초의 불빛이 켜진 것처럼, 모든 게 행복한 크리스마스의 것으로 바뀌고, 사랑하는 모든 눈길이 나에게서 너에게서.

나는 어제 책을 넘기면서 인어공주와 빨간 머리 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어릴 적 동화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고, 그렇게 책 안을 여행하면서 포근하고 따뜻한 겨울 속에서 찬란했다.

너는 다정하게 나를 사랑하고, 나는 너를 바라본다. 너를 바라보면서, 이 세상 가득하게 퍼지는 빛을 느낀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있는데, 그 사랑이 만개하게 하는 건 네 마음이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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