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내면소통>,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
온를 읽은 부분은 [주의력결핍장애에 대한 환경적 영향],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본마음근력 훈련의 의미]다.
"환경"적 영향의 중요성을 들며 한 가정에서 자라는 첫째와 둘째 자녀도 부모의 상황이나 환경, 감정에 따라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의 두뇌 발달과 정신건강에 가장 중요한 환경은 '부모의 감정 상태'다. 특히 부모의 심리적인 긴장상 태는 자녀의 ADD를 유발하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주된 원인이다. 어린아이는 부모를 통해서 세상을 인식하고 경험한다. 비록 부모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부모의 표정, 목소리, 미묘한 불안감이나 짜증 등 모든 감정적인 신 호는 아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첫째와 둘째가 경험하는 부모의 감정 상태에 는 상당한 차이가 있게 된다." (134면)
"보통 부모들의 기대는 첫째에게 더 집중된다. 첫째는 무엇이든 먼저 도달해서 먼저 개척해야 한다. 학교도 먼 저 들어가서 학생의 역할도 해내야 하고,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먼저 되어서 동생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기대를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첫째는 보통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첫째의 부모는 대부분 양육 경험이 없는 미숙한 사람들이고, 경제적으로도 열악하며, 더 큰 스트레스를 스스로 받으면서도 아이에 대한 기대 수준은 더 높다. 둘째가 태어날 때의 부모는 양육 경험도 있고, 더 여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더 풍족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으며 아이에 대한 기대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 말하자면 첫째와 둘째는 서로 다른' 부모와 가정이라는 환경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135면)
"가정에서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받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전전두피질 활성도가 높고 마음근력이 튼튼한 사람으로 성장한 가능성이 크다. 사회 전체가 바람직한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함으로써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더 많은 아이가 건강한 마음근력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136면)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이라는 부제처럼 오늘도 그녀는 그녀만의 시크함과 다정함으로 뭉쳐진 에세이를 선보인다.
그녀는 동네에서 소문난 성격의 소유자인 "아, 그 영감"의 주인공인 문구점 아저씨와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문구점 아저씨는 매사 화가 나있다.
오죽하면 동네 사람들이 "아, 그 영감"하며 웃을 정도라고.
성격이라면 작가인 사노 요코 할머니도 어디 빠지지 않는데 그녀를 긴장시키는 문구점 할아버지의 포스는 더 대단하다.
그렇게 성격 나쁜 문구점 할아버지가 일순간 좋아지는 순간이 있었으니, 사노 요코가 만년필 카트리지를 구입하려다 문구점 할아버지와 사노 요코가 생각하는 만년필에 어울리는 잉크색이 "청흑색"이라는 "취향"의 일치를 경험한 후다.
나 또한 이런 "취향"의 공유로 별생각 없던 주변 사람들이 달리 보이는 경우가 있다.
오늘만 해도 내 인스타그램에 어떤 분이 내 게시물 여러 개에 "좋아요"를 눌러 주었다.
이렇게 한 번에 여러 게시물을 눌러준 고마운 분들은 그분 계정을 타고 들어가 염탐 아닌 염탐을 한다.
그냥 우연히 내 게시물에 들어왔다가 팔로우 수를 염두해서 내게 좋아요를 남발했는지 진짜 나와 자신의 생각이나 결, 일상이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아요를 눌렀는지 진의 여부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게시물을 얼핏 둘러보니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와 "무정형의 삶"이 겹친다.
좋아하는 일본 영화 "리틀포레스트"가 겹친다.
나는 이 순간 무장해제되듯이, 뭐에 홀린 듯이 팔로우 버튼을 누른다.
사노 요코는 원래 쓰던 만년필의 청흑색 잉크가 떨어졌지만 그냥 검은색을 사려다 "만년필은 청흑색이 당연하잖소"하고 문구점 할아버지한테 혼난다. 근데 그게 싫지 않다. 오히려 그 영감이 좋아져 버린다.
사실 나도 검정잉크보다 청흑색을 더 선호하기에 사노 요코를 따라 그 영감님이 덩달아 좋아진다.
그녀는 물건을 사려다 가지고 있는 현금과 물건 금액이 맞지 않자 뒷자리 금액을 깎아 달라고 한다.
가뜩이나 매사 저기압인 문구점 영감님이 "가지고 가벼려. 나 원"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녀가 글에서 반복해서 말하듯이 "관뒀으면 좋았을 것을" 그녀는 말과 다르게 자꾸 실행한다.
방금 뒷자리 금액이 부족하다고 물건값을 깎아달라고 하고 선 나가려다 뒤돌아서서 사려다 까먹었던 지우개와 셀로판테이프를 계산하려고 큰 금액의 지폐를 영감님에게 내민 것이다.
받아 든 지폐를 공중에 팔랑이며 사노 요코에게 "당신, 이걸로 내가 잔돈은 안 받아도 되느냐고 하면 어쩔 거요?"라고 되받아치는 문구점 영감님.
사노 요코는 창피해서 얼굴이 새 빨게 지면서도 문구점을 뒤돌아 나오면서 들려오는 영감님의 고함 소리를 들으면서도 화는커녕 영감님 말씀이 지당하다고 자신이 바보라고 수긍한다.
욕을 먹어도 살짝 미소 지으며 "죄송합니다"말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아, 늙은이는 정말로 항상 저기압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영감님, 힘내요'하고 응원을 보낸다.
이런 그녀 스스로 "나는 마조히스트인 걸까?" 자문한다.
그러다 우연히 그 문구점 영감님을 편의점 앞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맨날 저기압인 영감님이 낯설게 느껴진다.
자신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날씨 이야기도 건네고 갈 때는 손까지 흔들어 인사한다.
"아아, 곤란하다. 나는 저 영감이 언제나 저기압이라서, 영감을 대할 때면 조심조심 있는 힘껏 용기를 쥐어짜야 해서 좋아했던 것이다. 내일부터 살아갈 용기가 없어진 듯한 기분에 잠겨 집으로 돌아왔다." (93면)
그녀가 정말 누군가에게 가학을 당하면 좋아하는 "마조히스트"여서 그 영감님을 좋아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면서 작가는 자신을 긴장시키는 어떤 대상, 상대로서 그 영감님의 존재가 좋았던 것 같다.
노년이 되어 매일이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별다를 일 없고 느슨하고 무료하고 심심한 일상에 길들여진 자신의 감정이 누군가를 통해 긴장하고 두근거리고 용기가 필요한 그 상황에 안도하고 감사해했던 것 아닐까...
나의 노년의 일상은 어떤 감정들로 채워질지 문득 궁금해진다.
워낙 상상력이 넘쳐나니 혼자 있어도 딱히 무료해질 것 같진 않지만 누군가를 만나 취향을 공유하고 살짝 긴장감 있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시크한 듯, 괴팍한 듯, 따뜻한 듯, 너무 솔직해서 어지럽기까지 한 그녀의 속마음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노 요코 할머니가 좋아지고 있다.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조금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