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내면소통>, 김창완 <이제야 보이네>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을 읽는다.
오늘 읽는 부분은 ['나'는 단 하나의 고정된 실체라는 환상]이다.
['내' 부모님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인 이유]
"내 안에는 여러 개의 '자아(self)'가 있다.
이 여러 개의 자아는 내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158면)
"내면소통은 내가 스스로 나 자신과 하는 소통이다. 그런데 소통은 두 개 이상의 실체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내가 나에게 무엇인가 말할 수 있다는 것, 내 안에 내 말을 듣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은 '나'가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복수의 실체로 구성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자의식은 사실 두 개 이상의 존재다." (159면)
나는 곧 우리다
"부모님 앞에서 나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나는 곧 '우리'다. 부모님은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만 낳아주신 것이 아니라 내가 미처 알지도 느끼지도 보지도 못하고 때로는 잊어버리기까지 하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실체를 넘어서는 나까지도 모두 낳아주신 것이다. 그래서 '내 부모님'이라기보다는 '우리 부모님'이다. 부모님 앞에서 나는 내가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복수의 실체임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160면)
김창완 아저씨의 산문 <이제야 보이네>를 읽는다.
오늘은 김창완 아저씨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중풍을 맞아 병상에서 27년을 살다가신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 이상한 꿈을 꾼 아저씨.
은빛 커다란 물고기가 된 아버지는 손에 칼과 조리 도구를 든 어머니를 비롯 몇몇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물고기가 된 아버지는 "나 아직 살아있는데...."라고 말한다.
그 후 5일 만에 아버님이 돌아가신다.
"현실과 꿈이 너무나 절묘하고 정교하게 맞춰져 있어서 그 둘을 가른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53면)
""아이고 저렇게 갈 걸, 가엾어라."
같은 말이 10년 전에만 어머니 입에서 나왔어도 아버지가 얼마나 행복했을까?
어머니의 "저렇게 갈걸..."이란 말은 그동안의 갈등이 저렇게 맥없이 풀어질 것을 왜 그랬을까 하는 뜻과 인생에는 한 가지 팔자밖에 없다는 깨달음이기도 했다. ". (55면)
아저씨는 아버지께 편지를 쓴다.
소소하게 자신의 요즘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바람으로 어머님이 힘들었던 이야기도 꺼낸다. 퇴직금 날려 좌절한 아버지께 삼 형제가 그 돈 금방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던 사연도...
그러다 묻는다.
"아버지 혹시 9월 하순쯤에 여의도 안 들르셨습니까? (...) 저는 그 전날 차도 찌그러지고 자전거도 망가져서 짜증이 나 있었는데 그 비둘기를 보고 나니까 갑자기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 아버님 또 모르는 것 있으면 편지 올리겠습니다. 답장하실 필요는 없어요. 제가 하루하루 살면서 겪는 게 다 아버지가 제게 쓰시는 답장 아니겠어요.". (59)
김창완 아저씨는 아버지께 묻는다.
천국에서 자기를 보면 알아보겠냐고...
요시타케 신스케 "이게 정말 천국일까?"라는 그림책에 천국에 간 사람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방법>이라는 게 나온다.
지나가는 아이가 되어, 달이 되어, 사과가 되어, 상처의 딱지가 되어, 귀이개가 되어, 바람에 빙글빙글 날아다니는 비밀동지가 되어, 잼 숟가락이 되어, 목욕탕 의자가 되어.....
비둘기를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일 거라 생각한 아저씨의 글을 읽으니 이 그림책이 떠오른다.
나도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이 그림책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
배추흰나비, 가을 낙엽, 우리 집 창가에 날아오는 참새들, 내 얼굴과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 겨울 공기에 뿜어져 나오는 입김 같은 것을 바라보며 아빠를 떠올린다.
오늘은 아빠가 어떤 모습으로 내 곁에 있어주실까...
5월이니 지천에 피어있는 흰꽃잎이 되어 나를 지켜봐 주시지 않을까?
어제 본 뒷산의 말라가는 아까시꽃잎도 아빠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