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로 수다 떨기

틈틈일기

by 윤서린

집에서 20분 거리의 카페를 걸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가 적당할까?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걸을 수 있지? 나는 둘러보고 멈추고 사진으로 기록하며 걷다 보니 예정 시간보다 훌쩍 넘어 도착했다. 내가 걸을 땐 시간이 잠깐 멈춰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긴 시간이라는 규칙도 어찌 보면 다 상상의 산물이니까 나도 내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도 되는 게 아닐까. 항상 도착 예상시간보다 10분 정도 더해서 미리 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니… 아니지… 그냥 늦게 도착해도 내가 서성거리고 멈칫했던 시간을 그냥 빼버리면 되는 거 아닐까. 어차피 혼자만의 약속이었으니까. 굳이 빨리 갈 이유도 늦었다고 재촉할 이유도 없다.


카페는 조용하고 ‘숲 속의 아침’이라는 차를 나는 발칙하게도 이 저녁에 마시고 있다. 워낙에 하나 꽂히면 하나만 파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따뜻한 차는 이것만 찾게 된다. 이름도 예쁘고 포장지도 올리브색이고 상쾌한 민트향이 은은하게 나니까 딱 네 거다.


오늘 어떤 책을 가지고 카페에 올까 아침에 고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메리 루플 산문집이었다. 도대체 그녀의 상상력과 사유는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그녀는 시인인데 30년 만에 낸 산문집이 <가장 별난 것>이라는 이 책이다. 나는 가능하다면 그녀의 서랍과 노트북을 뒤져서 그녀의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다. 너무 궁금한 그녀의 생각과 파편들…. 탐나는 그녀의 재능. 나도 그녀처럼 쓸 수 있다면…. 제발… 제발… 부디…


검은색 색연필로 노트 첫 장에 카페와 내 테이블 위 풍경을 그려봤다. 역시나 원근법 무시, 디테일 무시…. 그냥 마음대로 그린다. 일명 ‘막그린 그림’, 대충 막 그려서, 지금 막 그려서 막그린 그림이라고 부른다.


카페 밖 트리는 엄청나게 수다스럽게 반짝인다. 계속 쳐다보다가는 눈이 빠질지도 모른다. 왜 저렇게 방정맞게 반짝이게 만들었을까. 개중에 은은하고 고상하게 반짝이는 애들도 있다. 그나저나 정신없는 트리들은 도대체 1초에 몇 번을 반짝이는 걸까. 마치 디스코 조명처럼 현란하게 이 밤을 불태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의 나도 저 정신 나간 트리처럼 입을 쉬지 않는 것 같다. 좀 과묵해질까 생각 중이다. 예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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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샅샅이 기록한 하루,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과 그림, 소설, 노랫말 작사를 통해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중. (늘그래, SMY로도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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