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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영감(靈感) 상점] :독립 책방 편

얼굴 없는 고양이 파니파니냥의 영감 수집법 : 낯선 곳의 책방 탐험기

by 윤서린

이곳은 늘그래 작까의 상상속에 살고 있는 나이 200살에 뽀얀 흰털을 가진 얼굴 없는 고양이 "파니파니냥"이 운영하는 <파니니냥의 영감 없는 영감상점>입니다.

작까님들과 구독자님들을 대상으로 일상에 영감(靈感)이 될만한 것들을 모아서 팔아요.

둘러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라이킷" 하트를 눌러서 마구마구 담아가세요~


=^._.^=

냥냥~~ 고갱님들 안녕?

영감 되는 건 뭐든 파는 "파니파니냥"이야~


얼굴 없는 고양이 파니파니냥의 <영감 없는 영감상점>에 온 걸 환영해~~

물건을 팔기 전에 스몰토크 좀 해볼게. 원래 물건을 팔기 전에 고갱님들과 친분을 쌓아야 물건을 잘 팔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본격적인 상품 소개전에 내가 이 상품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알려줄게~


어제 늘그래 작까의 큰 딸 "린"이가 대학 졸업 기념으로 친구들과 여행 간다고 인천공항에 배웅을 한다길래 나도 따라나섰어.


여행 배웅답게 우리는 차에서 김동률의 "출발" , 볼 빨간 사춘기 "여행", 조용필 "여행을 떠나요"를 떼창 했지. 나는 노래 가사를 잘 못 외워서 늘그래 작가가 휴대폰 화면에 가사를 띄운 걸 힐끔힐끔 보면서 따라 불렀는데 역시 명불허전. 조용필 아저씨 노래가 분위기 띄우는 데는 최고더라~ ㅎㅎㅎ


캬~ 나도 비행기 타고 홍콩 따라가고 싶다~~

왠지 영화 <중경상림>에서 봤던 뭔가 센티멘탈한 주인공들처럼 흔들리는 카메라 워킹과 OST "몽중인" 노래에 절로 취해 홍콩거리를 걷는 고독한 한 마리의 냥이가 돼보고 싶었달까.

나는 상상냥이니까 여권이 없어도 공항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는데 린이는 혼자 신나서 전혀~ 날 데려갈 생각을 안 하더라고. 그래서 나 살짝 삐침 =^._.^=; 결국 허공에 냥냥펀치 몇 번 날려줬지~ㅋ 나 없이 잘 다녀와~ 대신 홍콩에서 간식 꼭 사 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늘그래 작까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어. 휴대폰 지도검색 창에서 갑자기 서점, 책방을 검색하는 거야. 곧 갈림길인데 빨리빨리~~~


" 어! 여보, 우리 30분만 서점 들렀다 갈까? "

갑자기? 이렇게 갑자기 간다고? 그것도 30분만? 이게 뭔 소리야~~

아저씨가 별말 없이 방향키를 켜고 차선을 바꾸는 걸 보니 두 사람이 합의가 된 모양이야.


그나저나 30분만 서점에 간다고? 왜??? 왜???

똑똑똑! 늘그래 작까님~ 작까님 보통 서점에서 2~4시간 놀다가 맨날 주차요금 추가 정산하고 나가시는 분인데 우리 왜 30분만 놀아요? 네??? 지금 5시 15분인데 책방이 6시에 닫는다고요? 오... 마이... 무슨 츄르 옆구리 터지는 소리... 에요?


몇 달 전부터 늘그래 작까가 새로운 동네에 갈 일이 있으면 근처 책방을 검색해서 가는 취미를 들이더니 오늘 갑자기 인천 바닷바람이 콧구멍으로 들어가니까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 싫었나 봐.

나야 뭐 바로 집으로 가는 것보단 상상사료가 가득 찬 책방에 놀러 가는 게 더 이득이니까 군소리 안 하고 따라가는 게 맞겠다 싶더라고.


어제 <파니파니냥의 영감 없는 영감상점>도 개설했으니 고갱님들에게 이 기회에 영감(靈感)이 될만한 뭐라고 하나 챙겨가서 팔아보면 좋을 것 같아 살짝 설렜지 뭐야~ =^._.^=ㅎ


자 이제부터 내가 챙겨 온 영감을 하나씩 풀어볼게~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는 사람은 얼른 "라이킷" 하트를 눌러서 반짝이는 영감을 챙겨가길 바라.


우리 상점에서는 "라이킷" 하트 버튼을 통해서 원하는 영감을 살 수 있어.


[=^._.^= 판매물품 1] <책방>에 붙은 고갱님의 손그림에서 떠오른 영감 - 책방 주인장과 고갱님들의 친밀도, 이 공간에 대한 애정도가 시각적으로 보여서 책방을 방문한 다른 고갱님들에게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것 같아. 아기자기한 손그림이 너~~무 귀여워~ =^._.^= 요즘 너도나도 AI 그림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난 이런 편한 아날로그 그림이 더 소중하고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고 생각해.


[=^._.^= 판매상품 2] <님, 어른이십니까.> 메모를 보고 떠오른 영감 - 내가 고양이의 신체 조건상 고갱님들보다 낮은 시선으로 뭔가 볼 때가 많아. 이것도 그런 것 중에 하나지. 책상 위에 올려진 메모인데 이걸 보고 책방 주인장의 센스에 감탄이 냥~ 하고 나왔지 뭐야. 사실 앞부분 메모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이 숨겨진 메모가 너무 임팩트가 강했거든? =^._.^= 순간 내 이마를 탁 쳤지!! 이 메모는 마치 보물찾기 중에 아무도 예상 못한 곳에서 첫 보물을 찾은 느낌이랄까? 보통의 독립책방들이 자기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이런 식의 메모나 책 소개 글을 사용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 눈높이의 메모 뒷면에 이런 철학적인 짧은 메시지를 숨겨 놓는다??? 정말 멋지지 않아? 내가 늘그래 작까한테 호들갑 떨면서 얘기했더니 이렇게 사진을 찍어줬어. 아마 이 상품이 제일 라이킷을 많이 받지 않을까 상상하니까 너무 신나 버렸지 뭐야~~~ㅎㅎㅎ


오... 이런 내가 판매할 만한 영감들을 수집하는 동안 늘그래 작까는 헤르만헤세 코너에 가서 정신줄 놓고 책을 고르고 있네. 최근 신간 중에 헤르만헤세 책을 안 사고 버티고 잘 참는다 했더니만 오늘 여기서 다 살 모양이야. 눈에서 하트가 책 속으로 마구 떨어지는 게 보인다. 왜 있지~ 책은 만지면, 펼치면 사고 싶잖아? 다 꿍꿍이가 있어서 책방에 오자고 한 거구만!


아저씨는 딱히 책방에 큰 관심은 없나 봐. 커피 한 잔 시키고 휴대폰으로 웹소설을 읽는 중이라 늘그래 작까가 사려고 쌓아둔 책탑을 다행히 아직 못 본 것 같아.


아.. 왜 저래... =^._.^=;;; 늘그래 작까가 갑자기 훌쩍거리네...

뭔데 뭔데? 무슨 책인데 그러는 거야. 엥? "나는 개다"

그림책이잖아. 어디서 많이 본 그림체인데... "알사탕" "구름빵" 아~ 맞다. 백희나 작가님 책이구나~

뭐야? 이 그림책도 사는 거야? 오늘 쫌 무리하는 거 같은데...

나중에 그림책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더니 요즘 부쩍 그림책 사모으네. 뭐, 꿈을 위한 투자니까 그건 인정해 줘야지. 대신 책방 주인장에게 눈물 닦고 얘기하면 안 될까? 주인장이 부담스러워한다고... (사실 얼굴 없는 고양이인 내가 더 낯부끄러움~~;;;)

워워~~~ 인스타 팔로우할 거라는 투머치토크는 제발...


6시다! 늘그래 작까야~ 이젠 떠나야 할 시간~ 갈 사람은 가야 책방도 주인장도 쉴 테니 우리 이제 그만 가자.

그나저나 늘그래 작까 오늘 돈 너무 많이 썼네. 그래도 헤르만헤세 그림 포스터 세트는 꾹 참은 거 칭찬해 줄게...


따뜻한 레몬차 시켜놓더니 구경하느라 먹지도 못하고 다 식어서 원샷으로 들이붓는 게 웃프네.


[=^._.^= 보너스 영감] : "여행"에 관한 헤르만 헤세의 글 - 공항에서 수속 밟고 있는 딸에게 늘그래 작까가 보낸 문장이야. 오늘 이 문장을 만나려고 여기에 온 걸까? 여행으로 인해 새로운 세계의 확장과 재발견을 할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최대의 응원은 바로 이런 기억을 선물하는 거지. 늘그래 작까의 당부처럼 "린"이 즐거운 여행 했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다정하게 보내 다 와~ 첫 여행 축하해!! 텐션 올~~~~ 려~~~!!" ㅎㅎㅎ



=^._.^= 자~ 고갱님들~

고양이의 짧은 발톱으로 상품설명을 이렇게 열심히 쓰느라고 2시간 걸렸거던요?

그러니까 그냥 가지 마시고 제가 오늘 올린 영감 "라이킷" 눌러서 많이~~ 많이~~ 사가세요~~

혹시 알아요? 별 쓸모없는 영감이라도 고갱님들 마음속에서 새로운 영감으로 싹틀지 모르잖아요!


저는 너무 피곤해서 뜨끈한 전기장판 속에 들어가서 몸을 녹여야겠어요.

고갱님들~ 냥냥 빠잇~~~ =^._.^=

다음에 또 <영감없는 영감상점> 놀러 와요~





<얼굴 없는 고양이 파니파니냥의 영감 없는 영감상점 운영방침>

- 이곳에서 판매하는 영감(靈感)은 모두 무형(無形)의 형태다.

- 상호처럼 딱히 영감이 없는 허술한 물건들이 다소 존재한다.

- 판매 상품은 누구든 라이킷을 눌러 살 수 있다.

- 라이킷 숫자에 따라 늘그래 작가는 "파니파니냥"에게 상상 사료를 지불한다.

- 댓글을 달아주면 상품에서 받은 영감뿐만 아니라 꿈속으로 또 다른 랜덤 영감을 무료배송 해준다.

- 다만 라이킷 취소 등 환불처리는 불가하다.

- 판매 상품에 대한 상담은 댓글로만 가능하고 파니파니냥이 낮잠을 자지 않는 시간에만 답변이 가능하다.

- <구독>을 눌러주고 단골손님이 되면 "꿈속으로 찾아가는 파니파니냥의 꾹꾹이 100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평소 가위에 잘 눌리는 고갱님은 이 서비스는 비추천)

- <응원금>은 "파니파니냥"의 상상 츄르값으로 100%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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