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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비티 Aug 11. 2024

룸비니에 가다.

석가모니, 룸비니


부처님이 태어났다는 곳

룸비니로 향하는 날.


종교는 무엇이고, 신앙심이란 또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구별의 사람들은

종교를 믿으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종교로 단합하며 서로를 사랑하고 용서했지만

어떤 이들은 미워하며, 싸우기도 했다지요.

이거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불교의 시초,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에 가면

종교는 무엇이며,

사랑과 용서는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까요?


정류장의 동물친구들


시골길을 한참 걸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 뒤

오래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너무너무너무 너무너무너무 불편해요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달립니다.


룸비니로 바로 간다고 했던 버스는

사실 근처 도시까지만 가는 버스였고

룸비니로 가려면 갈아타야 하니

어서 내리랍니다.


소들이 많아요.


붓왈이라는 다른 도시에 잠깐 멈추어 섰습니다.

카트만두에서는 보기 힘든 소들이

종종 보이는 곳입니다.

네팔에서 인구로 10등 정도 하는 도시라네요.


갑시다.


룸비니로 간다는 작은 마을버스를 탔습니다.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주며 또 한참을 달렸어요.

그런데요. 갈아타야 하니까 또 내리랍니다.


갈아탄 작은 버스에서 한 장.


아마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참 힘들고 짜증 나고 그랬을 텐데요.


힘은 조금 들었는데,

그래도 짜증은 안 났습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거든요.


화 내면 지는겁니다.



두리번두리번


아무튼 내리라고 하니 다시 내렸습니다.

옆에 있는 네팔친구에게 어떻게 가야하나 물어보니

본인도 초행이라 모른답니다.


모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오토바이를 얻어 타야 할까, 버스를 알아봐야 할까

여행자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귀여운 자동차가 멈춰 섰습니다.

다마스처럼 생긴 작은 자동차를 얻어 탔습니다.


엄청 작은 자동차에 탔어요


시골길을 한참 더 달려

룸비니 국제사원구역 부근에 도착했습니다.


룸비니 국제사원구역은 규모가 아주 큽니다.


중국, 일본, 대한민국 등의 북방불교,

네팔, 스리랑카, 미얀마 등의 남방불교 구역

심지어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절도 있어요.


약 30여 개의 절들이 있는 사원구역입니다.


그렇다 보니

입구를 찾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려요.

아침 해 뜰 때 즈음 나왔는데

이제는 해가 져물어 가려고 합니다.


입구를 찾아 한참을 걷고 있던 저는

툭툭기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걸어가기에는 먼 곳이니 어서 타랍니다.


이래 보여도 최신식 전기툭툭


한참이나 가격조정을 한 뒤에

툭툭을 타고 사원구역 내부로 들어섰습니다.


대성석가사라는 대한민국 절로 향합니다.


논두렁을 달리는 기분입니다.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가 맞았습니다.

한참을 들썩들썩하던 툭툭은

마침내 대성석가사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한글로 대성석가사라고 쓰여있었어요.


대성석가사는 틱톡금지구역입니다.


어두운 밤길을 홀로 달려갈 툭툭기사에게

약속한 돈보다 조금 더 쥐어주었습니다.

덜컹거리는 길을 군말 없이 달려준 게 고마웠습니다.


네팔 시골 어느 동네에 있는

커다란 대한민국 절입니다.


나무 상자에 500루피를 넣으면 되어요.


하루에 500루피 (우리 돈 5천 원)을 내면

침대와 음식을 제공해 줍니다.


사무실에 들러 일종의 체크인을 하고

손님방으로 갑니다.



제 방에는 중국에서 온 순례자가 있었는데요.

"중궈런마?"라고 물어보길래

"아니 한국사람이야 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어색한 대화가 끝이났고

그 뒤로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데

방 앞에서 인상 참 좋으신

경호형님을 만났습니다.


설거지를 잘 해야해요.


야채가 들어간 음식들이 나옵니다.

하루 이틀은 맛있게 먹을만하다고 생각해요.

가끔 바나나도 주십니다.


*식사를 했으면 꼭 설거지를 해야 해야합니다.


경호형과 함께 밥을 먹으며 조금 친해졌습니다.

같이 저녁 예불을 드리기로 했어요.



법당 앞에서 은퇴한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예불이 처음이라고 하니,

보고 잘 따라해보랍니다.

엄숙하고 경건하게 예불을 드렸어요.


예불을 마치고는

노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새벽예불드릴 때 다시 보기로 했지요.



해가 저문 룸비니는

너무나도 어둡고

너무나도 조용하고

너무나도 평화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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